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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 올드스 Olds Feb 24. 2023

계몽의 시작 <2021.9>








18세기에 새로운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대담하게도 교회에 대한 믿음, 왕에 대한 믿음, 미신에 대한 믿음을 깨부수려고 했다. 만만치 않은 싸움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혁명은 성공했다. 왕은 목이 잘렸고 교황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됐다. 마침내 인류는 중세 시대와 결별할 수 있었다. 그들이 새로 설계한 세상은 보편적인 권리와 복지와 교육이 있고, 무엇보다 과학이 있는 세상이었다. 




조셉 라이트의 ‘태양계 모형에 대해 강의하는 자연철학자(A Philosopher Lecturing on the Orrery)’ (출처: 위키피디아)




과학은 진보 그 자체였다.

과학을 화형 시켰던 종교의 시대가 막을 내리자 수많은 과학자들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항상 합리적인 의심을 품었다. 현상을 관찰하고, 가설을 만들고, 실험하고, 오류를 인정하고, 기존 지식을 뒤엎고, 다시 증거를 확보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었다. 그로써 밝혀지지 않았던, 구라로 대충 설명되었던 자연 현상들이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설명되기 시작했다. 과학은 인류가 발견한 두 번째 불이었다. 과학이라는 빛이 망상과 미신의 제국을 정복하고 인류를 더 똑똑하게, 그리고 더 부유하게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아, 그 빛이 나에게도 스쳤다.

박살 난 계좌를 보고 난 후에야 빛이 스며들었던 것 같다. 뼈아픈 후회를 했고 내가 가진 미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자신이 원초적이고 중세적인 정신머리를 가졌다는 걸 깨달았다. 위험한 놀이를 그만하고 싶었다. 달라지고 싶었다. 아니, 개종하듯이 달라져야만 했다. 주관적인 느낌과 비합리적인 미신을 버리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논리로 무장해야 했다.          




계몽(Enlightenment).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계몽을 "스스로 미숙함, 미발육에서 벗어남"이라고 불렀고,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계몽을 "세계의 탈주술화"라고 불렀다. 마침내 미숙하고 주술적이었던 나의 투자 세계관에 계몽이 찾아왔다. 가을에 헛짓거리를 그만두고 경제 공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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