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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 올드스 Olds Feb 27. 2023

공부의 시작 (1) <2021.9>








난 투자를 전혀 몰랐다.

경제 과목을 가르치는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아는 게 없었다. 바다를 배워도 물고기 잡는 법은 모르듯이. 편견도 있었다. 청담동에서 슈퍼카를 타며 고객의 돈을 쪽 빨아먹고 감옥에 가는 게 투자 전문가라는 놈들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경제와 투자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돈에 관한 상식은 나를 스치지도 않았다. 한국의 5000만 명이 다 나 같은 놈뿐이었다면 한국은 벌써 경제 후진국이 되었을거다.      



    

공부 좀 하려고 도서관에 갔다.

책을 뒤져봤다. 하지만 원론적인 이론과 뒤처진 이야기로 가득했다. 답답했다. 당장 다음 주, 당장 다음 달의 시장을 알고 싶었지만 학자들은 사건, 사고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야 성찰을 끝내고 책을 냈다. 헤겔의 말이 맞았다. ‘미네르바의 부엉이(지식인)’는 해가 진 다음에 나는 법이었다.         



 

그래서 유튜브를 뒤져봤다.

그곳엔 악취나는 선동과 논리 없는 구라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쓰레기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뭘 좀 아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경험이 많았고 시장과 경제를 알았다. 그들 중엔 누구는 재야의 고수였고, 누구는 여의도 증권회사에, 누구는 월가에 몸을 담은 사람이었다. 모두 자신만의 근본 있는 근거를 말했다. 그들이 내가 찾던 사람들이었다. 나는 모래 속에서 귀고리를 찾듯 그런 사람들을 하나씩 찾아갔다.     



          




전문가들은 똑똑했고 노련했다. 

그런 유능한 사람들을 보면 나 자신이 무능하다고 느꼈다. 하기야 내가 뭘 알 수 있었을까. 막 시작했을 뿐이었는데. 사실 좋은 신호였다. 내가 무능하다고 느끼는 건 내 주변에 유능한 사람으로 가득해졌다는 것이었으니까. 주변에 무능한 사람만 있어서 나 자신이 유능하다고 느끼는 것보다 나았다.       



         

나는 내가 누리는 복을 생각했다. 

하루하루 빠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을 설명해 주는 채널이 많았다. 나는 공짜로 전문가와 기자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방구석에서 미국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과거 경제지표가 어땠는지, 달러와 유가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들을 수 있었다. 좋은 세상이었다. 내 부모 세대는 꿈도 못 꿀 혜택이었다. 시대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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