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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 올드스 Olds Feb 27. 2023

공부의 시작 (2) <2021.9>








새로운 리듬:

침대에서 눈을 뜬다. 새벽 4시. 거래소를 확인한다. 약간의 실망, 약간의 기쁨을 느낀다. 가끔은 불타는 낙관으로 잠을 설치다가, 때로는 한숨을 쉬고 베개를 주먹으로 치고는 다시 잠든다.     



      

그리고 다시, 침대에서 눈을 뜬다. 

아침. 방바닥에 햇빛 웅덩이가 가득하다. 양말을 벗는다. 거울을 본다. 눈 밑에 멍든 빛이 있다. 방수팩에 핸드폰을 넣고 샤워룸으로 가져간다. 방수팩 안에서 빨갛고 파랗게 꿈틀거리는 숫자를 보며 머리를 감는다. 물론 본다고 오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본다. 계속 본다. 그다음 아침밥을 먹으면서 달러, 유가, 나스닥 지수를 본다. 그리고 바이든, 제롬 파월, 재닛 옐런의 말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의 말을 귀에 담는다. 그들이 보여주는 지표와 그래프를 눈에 담는다.           




학교에 간다.

버스와 지하철에서 뉴스를 본다. 항상 핸드폰을 보면서 걷는다. 차나 자전거에 치일 뻔한 적이 많았다. 점심밥은 편의점에서 산 빵으로 대충 때운다. 학교 수업 시간에도 몰래 가격과 경제 뉴스를 본다. 교수가 내주는 과제보다 시장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아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싸가지없는 학생이었다.    



       




많은 것이 달라졌고 달라지려고 노력했다. 

개종(改宗)이라도 한 것처럼. 운동선수가 근육을 쓰듯이 매 시간을, 매 생각을, 매 숨결을 경제와 시장에 집중했다. 시간이 촉박한 걸 알았으니까. ’테이퍼링-긴축-금리인상‘의 시기가 코앞에 있었다. 어서 빨리 똑똑한 사람들의 똑똑한 생각을 한 움큼 뜯어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욕심도 생겼으니까. 모두가 놀랄 숫자. 집을 사고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숫자. 그 숫자가 인생의 피니시 라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 숫자에 도달하고 팔자를 고치고 싶었다. 그래서 몰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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