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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Mar 06. 2021

춤이란 무엇인가 2

0.1g의 춤 한번 심어 보실래요?

춤이란 무엇인가 2

-0.1g의 춤 한번 심어 보실래요?


"힘을 빼세요"

부드럽게 내 어깨를 쓰다듬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어요"

공연 리허설 때 보결 선생님과 있었던 일이다. 청년시절 풍물 전수 갔을 때 양순용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막 두들겨 패지 말고 힘 빼고 놀아. ‘둥~실 둥실, 출~렁출렁’ 허게 치란 말여" 그때는 잘 몰랐다. 힘이 남아돌던 한 참 때니 놀다 보면 제 흥에 취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장구를 두들겨 패고 있었다. 30여 년이 지나 애기 춤꾼으로 다시 힘 빼라는 말을 들으니 다시 청년시절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마음과 다르게 잘 추려고 긴장하는 내 모습에 살짝 웃음이 돌기도 했다. 초등학생 시절 운동회 때 1등 욕심으로 힘을 잔뜩 주고 뛰다 넘어졌던 기억이 지나갔다. 

그렇다. 뭐든 제대로 하려면 힘을 빼야 한다. 대신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예전 내 글쓰기 선생님도 비슷한 말을 해주었다. “글이 쌔고 너무 날카로워요. 잘 쓰려고 하지 말고 힘을 빼고 그냥 쓰세요” 지금도 쓰고 있는 ‘청년 홈즈’라는 필명도 그때 내 글을 보고 문우들이 지어 준 별명이다. 춤도 그렇다는 생각이다. 한 스푼 멋진 춤을 추고 싶다면 몸 기교가 0.1g이고 마음(혼, 정신)이 99.9g이어야 한다. 특히 나 같은 ‘애기 춤꾼’은 더욱 그렇다. 먼저 마음을 열고 내 몸과 대화의 시작이 춤의 시작인 것이다. 정작 우리는 일생을 함께 한 내 몸이지만 내 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마음을 담고 있는 몸은 자신을 속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춤 배우기 시작한 첫날 기억이 생생하다. 난생처음 해보는 집단 몸동작에 내 머릿속은 혼란했고 마음이 뒤죽박죽 어디로 도망가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니 아마 내 몸이 나에게 처음으로 한 말에 대한 반응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병호야 너 그동안 뭐하다 이제 왔니? 너도 참 고생이 많았구나" 뭐 이런 말이 아니었을까? 춤 학교에서 춤을 추다 보면 많은 선생님들이 춤을 추며 눈물을 보인다. 처음 대하는 몸과의 대화에 기뻐서 그런 사람도 있을 터이고, 그동안 잘 몰랐던 숨겨져 있던 아픔들이 올라와 그랬을 터이다. 나도 처음 춤 학교에서 나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신기한 체험이었다. 이성적으로는 도무지 설명이 안 되는 반응이었다. 아마 그때 처음 내 마음이 내 몸과 대화를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듯 춤을 춘다는 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몸짓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말하는 또 다른 언어를 접하는 일이다. 내가 춤을 좋아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 소통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말과 글 그리고 몸짓이다. 부모님 덕에 말을 배우고 글쟁이 팔자인지 어쩌다 글 짓는 흉내도 내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타인에게 제일 먼저 보이는 몸짓 언어는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젊은 시절 풍물로 조금 배웠다 하나 악기 들고 두들겨 패기 바빠 몸짓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겨우 1g도 안 되는 춤을 알게 된 애기 춤꾼이지만 나도 언젠가 99.9g의 혼(마음)을 담아 0.1g의 멋이 깃든 춤을 추고 싶다.


직장 생활할 때 내가 자주 쓰던 말 중에 ‘마음은 밭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 밭에 무엇을 심을지는 밭주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춤도 그렇다. 마음의 밭에 춤을 심고 그걸 꺼내기만 하면 누구나 춤 꾼이 된다. 

‘어때요? 저랑 춤 한번 심어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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