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날개가 두 짝인 이유

모든 갈등의 발단은 분배 문제

by 청년홈즈

나는 농사꾼이 될 뻔 했다. 도시생활에 끼어 살다보니 가끔 그때 그냥 받아들일껄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매일 봐야하는 도시의 폭력적인 모습에 덜 아파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해 본 말이다.


26살 되던 해,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제대 후 복학을 준비하던 내 진로는 얼떨결에 농사꾼이 되어야했다. 임종도 보지 못한 죽음이었기에 자책하며 보내던 시절이었다. 거의 매일 저녁 아버지가 남겨 놓고 간 ‘시티 100’ 오토바이를 타고 면내에 나가 술을 펐다. 시골에는 면서기 하는 친구와 농사짓는 초딩 동창 몇 명이 있었다. 우리는 낮에 잠깐 논밭을 얼쩡거리다 저녁이 되면 면내 소라다방에 모여 놀았다.


우리 무리와 함께 한 친구 중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일찍 장가 간 이배(가명)라는 친구가 있었다. 사실 1년 선배지만 그냥 두리뭉실 친구 먹었다. 우리 동네에선 한두 살 차이는 그냥 친구로 대충 넘어간다. 하지만 가끔 예외가 있긴 하다. 한 번은 친구 아버지가 마을회관 앞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며 지나가는 나를 붙잡았다.

“병호! 내 말좀 들어봐! 염병~ 시방 내 나이가 환갑인디, 재수 없는 노인네. 방에서 맞담배질 헌다고 나를 쫓아내네 참나"


한 번은 이배네 부부싸움으로 면내가 발칵 뒤집흰 일이 있었다. 웬만하면 출동하지 않는 시골 파출소 김순경도 출동한 일이었으니 제법 시끄러운 부부싸움이었다. 집 밖으로까지 나와 싸우는 이배네 따문에 면내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자꾸 사람들이 모여드니 김순경이 나서야 했다.


김순경: 어이~ 이배(가명)! 식구찌리 왜 그런댜? 좀 참어.

이배:(씩씩거리며)아이구 김순경님 잘 오셨슈. 참긴 뭘 참어유~ 이런 싹아지 없는 년하고는 못 살어유.

김순경: 아니 왜 그런댜? 그렇다고 그르케 식구찌리 그르믄 쓰나. 참고 말로 혀.

이배:(더 씩씩거리며) 아니 참을 일이 따로 있지 이건 나를 완전 무시허는 거랑께유. 참나

김순경: 아니 그리 억울헌 일이 뭔디? 얘기나 좀 혀봐.


안 그래도 도대체 이 큰 부부싸움의 원인이 궁금하던 터였다. 김순경을 비롯 모여 있던 동네 사람들 모두 이배 입만 바라보았다.


이배 왈 “씨*년이 날개 두 짝을 지 혼자 다 처먹었잖유”


자초지종은 이랬다. 이배는 오랜만에 분위기 좀 내려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통닭 한 마리를 사 가지고 갔다. 기분 좋게 샤워를 하고 나와보니 식탁에는 벌써 통닭 술상이 펼쳐져 있었다. 허기를 느낀 이배처는 닭을 먼저 먹고 있었는데 가만 보니 이미 뼈만 남은 날개 두 짝이 이배 눈에 보였다. 이에 이배는 화가 났고 결국 그 사달이 났다. 이배나 이배처는 둘 다 닭 날개가 일 순위였던 것이다. 여하튼 이 엄청났던 부부 싸움은 이배의 한 마디에 싱겁게 끝났다. 모든 싸움의 발단은 결국 분배 문제에서 나온다더니 이배네 부부싸움을 보니 뭐든 공평하게 분배하는 일이 결코 쉬비 않은 일임을 알게 된다.


닭 좋아하는 나도 날개는 항상 일 순위다. 허나 그날 이후 난 날개 두 짝을 혼자 먹지 않는다.

절대 날개 두 짝 혼자 다 먹지 말자.

우주 평화를 위하여~

닭날개.jpg 이렇게 날개만 파는 걸 알았더라면 이배내도 싸우지 않았을 것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스산의 노총각 농사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