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면 후회할 미얀마의 대표얼굴,첫 번째 -미얀마의 눈빛 쉐다곤 파고다
“거길 꼭 가야 하나?”
“그래도 미얀마 왔는데 안 보고 가는 것도 그렇잖아”
원래 우리는 바간에서 심야 버스로 양곤에 도착해 간단한 시내투어로 여행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시내투어 일정을 짜자니 가보고 싶은 곳은 많고 시간은 하루뿐이니 선택의 딜레마에 빠져버렸다. 마치 짜장면을 시키자니 짬뽕이 먹고 싶고, 짬뽕을 시키자니 짜장면이 먹고 싶은 것처럼 쉐다곤 파고다를 보자니 다른 곳을 가보고 싶고, 다른 곳을 가자니 미얀마의 대표 얼굴이 걸리는 상황이었다. 음식 선택 문제라면 ‘짬짜면’ 같은 발상이라도 했을 텐데 어차피 어느 한쪽을 포기해야 했다.
사실 일행 중 쉐다곤 파고다를 가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도 없었다. 쉐다곤이 워낙 유명하니 다들 한번쯤 들어본 경험이 있고, 가이드나 현지인들에게도 하도 많이 들어서 친숙해진 탓이었다. 가보지도 않았는데 보고 온 것 마냥 호기심이나 기대가 사라져 버린 탓이었다. 너무 유명한 베스트셀러는 잘 안 사게 되는 마음이랄까? 여행지에 대한 사전 정보가 많은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쉐다곤 파고다를 가기로 했다. 미얀마의 대표 얼굴을 대면하지 않고 여행을 끝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감히 초행길 여행자들이 미얀마의 대표 얼굴에게 튕겼으니 쉐다곤 파고다에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든다.
양곤의 모든 길은 쉐다곤으로 통한다.
숙소가 밍글라돈 국제공항 근처였기에 양곤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겸 양곤 외곽순환 열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순환열차는 실제로 타보니 얘기로 듣던 것보다 훨씬 정겹고 포근했다. 느릿느릿 양곤을 맛보고 싶다면 반드시 한 번쯤 타보길 권한다. 승차 안내원이나 변변한 안내 방송도 없는 유랑 열차 같은 순환열차에서는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했다. 가지고 있는 지도에는 역 이름이 영어, 한글로 표기되어 있었고 현지 역에 붙어 있는 역명은 모두 미얀마어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어설픈 미얀마어 실력으로는 지나는 역이 어느 역인지 알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결국 어디서 내려야 할지는 현지 미얀마 승객들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시선은 이미 어리바리 이방인들에게 꽂혀 있었다. 정작 대화를 시도했을 때는 짧은 영어 질문에도 순박한 미소를 지으며 검은 눈동자만 깜빡일 뿐 소통은 힘들었다. 그나마 알아듣게 된 것은 손짓 발짓으로 표현하며 연신 ‘쉐다곤 파야’를 외친 덕이었다. 다른 말은 몰라도 쉐다곤 파야만은 철석같이 알아 들었다.
‘아! 역시 양곤에선 쉐다곤 파고다가 갑이군’
우리는 영어, 한국어, 미얀마어가 섞인 국적불명의 ‘섞어 언어’를 통해 어렵게 양곤 중앙역에 무사히 내렸다. 양곤 중앙역에서 쉐다곤 파고다를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일단 눈을 맞추고 ‘쉐다곤 파야’를 외치면 특유의 미얀마 미소를 지어 주며 손끝으로 가리켰다.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면 황금빛 탑의 끝부분이 반짝이며 보였다. 역시 양곤에서 모든 길은 쉐다곤으로 통한다. 찾아가는 길은 쉬웠는데 미얀마의 뙤약볕이 복병이었다. 혼잡한 양곤 시내를 줄줄 흐르는 땀을 달고 가는 길은 지친 여행자들에게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
‘미얀마의 자존심이라더니 역시 쉽게 허락하지 않는구나!’
드디어 두둥~ 미얀마의 강렬한 햇빛을 반사하며 ‘쉐다곤 파고다’가 황금빛 얼굴로 내 눈을 압도했다.
“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간의 들었던 모든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님을 깨닫는 데는 몇 초 필요하지 않았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은 이런 때 쓰는 말이로구나. ‘대단하다’는 표현 이외는 모든 미사여구는 잔소리였다.
남문 쪽에 있는 외국인 전용 출입문에서 입장권을 구입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미얀마의 자존심을 영접했다.
수많은 미얀마인들이 마치 유원지에 놀러 온 듯 이곳저곳에 앉아 편안하게 쉬는 모습이 내가 생각했던 사원 풍경은 아니었다. 파고다 한켠에 다소곳이 무릎 꿇고 기도하는 소녀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남쪽 출입구 근처 보리수나무 아래 앉아 한참 동안을 묵언수행으로 쉐다곤 파고다를 음미했다.
미얀마의 대표 얼굴 쉐다곤 파고다
미얀마 말로 쉐(Shwe)는 황금, 다곤(dagon)은 언덕을 뜻한다. 그러니까 쉐다곤 파고다는 ‘언덕 위의 황금 불탑 사원’이라는 의미다. 이름처럼 이 탑에는 60톤이 넘는 어마어마한 황금이 입혀져 있고 수많은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다. 처음 미얀마에 도착 했을때 멀리 호텔에서도 빛나는 황금탑이 보였던 이유였다. 실제 와서 보니 화려한 외형도 아름다웠지만 간절함으로 경배하는 미얀마 사람들과 어우러진 그 안의 모든 것들이 하나 같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꼭 규모를 말하는 게 아니다. 김태희를 직접 보면 멀리서도 광채가 난다더니 쉐다곤 파고다도 그런 격이었다. 실제로 보지 않으면 절대로 이런 느낌을 알 수 없다. 직접 대면해봐야 왜 쉐다곤 파고다를 미얀마의 대표 얼굴이라고 부르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미얀마의 정신적 중심지 쉐다곤 파고다.
서울의 상징적인 중심지는 어디일까? 아무래도 광화문 광장이 아닐까 싶다. 광화문 광장을 서울의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꼭 지도상 위치로 따지는 건 아니다.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억울함이 있으면 찾는 곳이 광화문 광장이고 나라에 축하할 일이 있으면 축하연이 열리는 곳은 의례 광화문 광장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현재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광화문 광장이 상징하는 바는 대단히 크다.
미얀마 사람들에게도 광화문 광장 같은 역할을 하는 장소가 있다. 바로 미얀마의 얼굴이라는 쉐다곤 파고다다. 지난 '8888민주화' 시위(1988년 8월 8일의 민주화 시위) 때나 2007년 9월~10월 있었던 민주화 시위의 출발점 바로 쉐다곤 파고다였다. 이처럼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 사람들에게 파고다 이상의 정신적인 중심이고 그들의 자존심이자 얼굴이다. 그러니 미얀마로 여행을 가거든 무조건 쉐다곤 파고다를 방문해야 하며 그곳에 눈도장을 찍어야 미얀마를 다녀온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쉐다곤 파고다를 빼고 미얀마를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의 대표 얼굴이고, 미얀마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친구 막내딸은 한 때 극성 사생팬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밤낮으로 쫓아다녀 집안의 큰 걱정거리였다. 지금은 대학생이 되어 덜 하지만 한때 그 녀석은 엑소(EXO)의 열혈팬이었다. 엑소 공연이나 녹화장은 모두 쫓아다녀 친구는 걱정을 안고 살았다. 친구와 함께 만났을 때 딸에게 지나는 말로 넌지시 물었다.
"엑소 좋아하는 건 좋은데 꼭 찾아다녀야 하니? TV나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잖아”
“직접 안 보면 몰라요”
그 녀석은 한마디에 나는 아무말도 못했다.
미얀마 자존심 쉐다곤 파고다도 마찬가지다.
‘직접 안 보면 몰라’
미얀마의 눈빛]
후텁지근한 아열대의 열기 속
잠자는 양곤의 밤은
선명하게 반짝이는 황금빛 눈으로
낯선 이방인을 살포시 맞는다.
번잡했던 도시는 하루를 살아 내고
팍팍했던 하루도 내일의 꿈 따위를 접은 채
쉐다곤의 자비 아래 잠들어 있다.
모두 잠든 세상 홀로 깨어
조용히 너를 맞으니
보라
저것이 미얀마의 눈빛이다.
(2014년 10월 양곤에서)
※알고 보자: 쉐다곤 파고다의 비밀
쉐다곤 파고다는 고고학자들은 6~10세기 몬족에 의해 지어진 것으로 보지만 전설에 따르면 2500년 전 부처 생존 시 부처님 머리카락 8개를 얻어와 이곳에 안치한 후 지어졌다고 한다. 양곤은 우기 때는 4,000mm 가까이 비가 오기 때문에 침수를 피하기 위해 쉐다곤 파고다는 근처 지대보다 60m 정도 높이 언덕을 쌓아지었다고 한다. 면적이 축구장 4.6개를 합친 크기로 무려 1만 평(3만 3천 평방미터)이라고 하는데 이 어마어마한 면적에 언덕을 쌓아 지었다 하니 그 노력과 정성이 대단하다. 이 언덕을 쌓기 위해 파낸 자리가 바로 인공호수가 된 깐도지 호수이다. 쉐다곤 파고다는 파손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가 14세기 바고의 빈야우왕이 18m로 재건하였고 그 뒤 여러 왕에 의해 20m, 40m로 계속 높여졌다. 1768년에 최악의 지진으로 탑의 정상부가 무너졌으나 꽁바옹 왕조 신뷰신 왕에 의해 현재의 높이인 99.36m로 증축되었다고 한다. 15세기 바고(Bago) 왕조의 신소부(Sinsawbu) 여왕은 자기 몸무게에 해당하는 약 40kg의 금을 기증하여 파고다 외벽에 붙였다. 그 뒤 계속해서 금을 기증하여 현재 외벽에만 1만 3천여 개의 금판이 붙어 있으며 약 60톤 정도로 추정한다고 한다. 이 금의 값어치만 대략 추정해 보니 약 3조 3천억(60t* 현재 금 시세 1g = 5만 5천 원 추정) 원이나 된다. 이 외에도 탑 꼭대기 부분에 76캐럿짜리 다이아몬드와 주변의 1800캐럿의 5448개의 다이아몬드, 2317개의 루비, 1065개의 금종, 420개의 은종 등으로 치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