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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Mar 04. 2019

입 큰 형의 무모한 도전

내 고향 웃픈 이야기 2

우리 형 친구 의중(가명)이 형은 입이 무지 크다. 멀리서 보면 진짜 입만 보인다. 봄 가뭄에 강물이 줄어들면 동네형들은 금강을 건너 마실을 다녔다. 지금이야 이런저런 놀거리도 많아 그럴 필요가 없었겠지만 30~40년 전만 해도 시골 동네에 밤이 오면 그저 적막 그 자체뿐이었다. 그런 저런 이유로 형들은 저녁이 되면 가끔 강을 건너곤 했다. 어느 날 형들은 입 큰 의중이 형을 데리고 강을 건넜다.


“야 너 입 디게 크다.”

“얘가 입만 큰 줄 아냐 주먹두 무지 크다”

“그러네 야 너 진짜 입이나 주먹이나 디게 크다”

“얘가 입이 얼매나 큰지 저 큰 주먹이 지입으로 들어간단다”

“에이 그짓말. 저게 어치케 입에 들어가냐?”

“얼래 들어간다니께 내기 헐래?”

”에이 아무리 커두 안 들어가지. 좋아 내기 혀”

“진짜 들어가면 닭 한 마리 잡기다. 안 들어가면 우리가 잡고”


입 큰 의중이 형을 처음 본 강 건너 친구들과의 내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실 의중의 형도 주먹 넣기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넣으면 들어갈 것 같았다. 형은 입을 벌리고 주먹을 사브작사브작 입 안으로 넣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한참을 낑낑거리며 어찌어찌 그 큰 주먹을 입 안에 욱여 넣었다. 우리 동네 형들은 만세를 부르며 좋아했고 강 건너 친구들은 어이없어하며 닭 한 마리를 잡아 왔다. 친구들은 모두 물을 끓이네 털을 뽑네 하며 닭을 잡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오늘의 승자 의중이 형은 한쪽 구석에서 계속 낑낑거리는 침만 흘리고 있었다. 어찌어찌 그 큰 주먹을 집어넣긴 했는데 이 주먹이 입에 걸려 안 빠지는 것이었다. 친구들은 들어갔는데 나오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의중이 형은 심각해졌다. 당황하니 더 안 빠지고 계속 침만 나오고 미칠 지경이었다. 의중이 형은 친구들의 무관심 속에 홀로 외롭게 한참 동안이나 주먹과 씨름을 해야 했다. 


한 시간여 뒤 드디어 먹음직한 닭이 상위에 올라왔다. 그때 마침 무관심 속에 낑낑대던 의중이 형도 주먹에서 해방되었다. 변변한 먹거리 없던 시절 한참을 기다려 얻은 승리의 전리품은 더욱 맛나 보였다. 모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닭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누군가 닭다리를 부욱 찢었다. 닭다리는 일등공신 의중이 형 몫이었다. 모두 의중이 형 입만 바라보았다. 허나 의중이 형은 닭다리를 잡은 체 뜯지는 않고 신음하듯 웅얼거리며 이런 말만 내뱉었다. 

“어~엉 나~응 엉~ 이비~왜~으러냐”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큰 주먹이 한 시간 이상이나 입을 휘저어 놓았으니 입 근육이 다 늘어나 씹기는커녕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덕분에 형들만 호강하고 입 큰 의중이 형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닭고기는 한 점도 못 먹었다는 얘기. 


무모한 도전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뱀발: 실화인지 형들이 지어낸 뻥인지는 모르나 의중이 형 입은 엄청 크긴 크다. 


만화 주먹대장:의중이 형 생각하면 주먹대장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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