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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Mar 12. 2019

층간소음

층간소음 갈등에 대처하는 자세

도시인 대부분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인간들은 언제부터 아파트에 살게 되었을까? 

인간들은 개미집 같은 아파트에서 각자 정해진 룰에 따라 어제 같은 하루를 시작하고 어제 같은 하루를 닫는다. 허나 점잖던 개미들도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 가끔 서로 얽혀 싸우기도 한다. 


지난 일요일 오후 동네 카페에 나가 혼자 노닥거리다 6시쯤 들어와 다림질을 시작했다. 10분쯤 지났을까 관리실에서 호출 소리가 들린다. 

“혹시 지금 아이들 뛰어다니나요?” 

“네? 우리 집 아이 없는데요. 지금 다림질 중인데” 

“아랫집에서 시끄럽다고 항의 들어와서요” 

“네?????”

그동안 몇 번 항의를 받아왔던 터라 더 화가 났다. 스피커폰 끊고 한 참을 생각했는데 분이 안 풀렸다. 아래층으로 내려갈까 하다 참았다. 바로 내려가면 큰 싸움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층간소음 갈등이구나” 

괜히 핑계로 술만 마셨다. 


뉴스 보니 층간소음 갈등으로 어느 집은 일부러 울림 좋은 스피커를 구입해 보복한다는데..

다음날 하루 종일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편지 한 통을 써서 장미꽃 한 송이와 함께 아래층 문 앞에 붙여 두었다. 마음이 편해졌다. 참길 잘한 것 같다. (사건 개요는 아래 편지 전문)

그 편지 읽었나 보다. 다음날 아내가 옷 정리한다고 한 두 시간 맘놓고 쿵쾅거렸다는데 아무 소리 없다. 다시 평화가 찾아온 듯하다. 


근데 다음에 또 엊그제처럼 별 소음도 아닌데 항의하면 어떻게 하지?

아파트….

참 함께 살기 힘든 집이다. 언젠가는 주택으로 이사 가야하나... 

장미꽃 한 송이를 전했다.
아래층 문앞에 붙여 둔 편지

편지 전문]

00층 이웃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바로 위층에 사는 사람입니다. 이웃이라지만 서로 얼굴도 모르고 사네요. 어쩌면 엘리베이터에서 오가다 만났을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거리로 따지면 참으로 가까운 사이인데 아파트 생활이라는 게 참. 이렇게 편지드리는 이유는 어제도 관리실 통해 연락 주셨지만 그동안 3~4회 층간소음 문제로 불편하셨다는 점 때문입니다. 우선 먼저 그동안 불편하셨다면 이유불문 사과드립니다. 


저는 이 아파트 입주시기부터 살아왔지요. 그동안 층간소음 문제로는 별문제 없이 살았는데 작년부터 몇 차례 연락받으니 입주시기부터 사신 분이라면 그동안 많이 참으셨거나 중간에 이사 오신 분이라면 이 아파트 특성을 잘 모르실 수도 있겠다 싶어 편지드립니다. 오해가 쌓이면 감정이 쌓이고 감정이 쌓이다 보면 화가 쌓이고 화가 쌓이면 서로 불행인 거잖아요. 오해를 풀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서로 행복할 수 있는 거니까요.


어제 상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어제 외출했다가 6시경 홀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아내는 낮에 일합니다) 집에 오자마자 바로 거실에서 다림질을 했지요. 그런데 6시 20분경 관리실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래층에서 신고 왔는데 혹시 아이들이 뛰냐고요. 저희 집은 아이가 없습니다. 입주시기부터 지금 것 아이가 집에 온 적도 없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들어오자마자 가만히 앉아 다림질만 했는데 그런 호출받으니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처음에는 화도 났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제가 다림질하고 나서 보플 제거한다고 다림판에 올려놓고 테이프로 툭툭 치며 보풀 떼었는데 그 소리가 아래층에 전달될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렇다고 다림판을 세게 때린 것도 아니었고요. 그 정도 소음이 전달되는 아파트라면 아마도 우리 방바닥 공사에 큰 하자가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생활하면서 어쩔 수 없는 생활소음은 발생하게 되는데 앞으로 다림판도 못써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전에 연락받았을 때도 우리가 그렇게 큰 소음이었나 싶었습니다. 나이 오십 먹은 사람이 애처럼 뛰어다녔을 리는 없고 다만 밤늦은 시간에 몇 번 쿵쾅거렸을 수도 있겠다 싶어 그냥 미안한 마음만 갖고 넘어갔습니다. 허나 어제 같은 경우는 휴일 저녁 집에 오자마자 그런 연락받으니 저도 화도 나고 엄청 스트레스받더라고요. 


아파트(공동주택)라는 곳이 서로 이해하며 살아야 하는데 서로 오해만 쌓이는 거 같아 불편합니다. 사실 우리 집도 가끔 윗집에서 쿵쿵거리는 소리 들립니다. 어제 정도의 생활 소음이 그리 크게 들렸다면 00층분의 생활소음도 그 아래층에서 많이 들리겠지요. 솔직히 이 아파트 시공사(태영) 약간 부실 냄새가 나긴 합니다. 지난번 보일러 터진 것만 봐도. 우리 집과 우리 윗집뿐만 아니라 우리 동에서만 대여섯 집이라는 얘기 들었거든요. 그런 걸로 봐선 층간 소음 차단 관련 부실이 있었지 않나 하는 의심이 들긴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집이 아니라 태영을 대상으로 클레임을 걸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저희 집도 피해자고요. 


모든 일을 변명하자는 게 아닙니다. 지난해 몇 번 관리실 연락받고 미안하기도 했고 저희도 조심하려고 노력합니다. 되도록 슬리퍼 신고 다니려고 하고 밤늦은 시간에는 소음 줄이려고도 합니다. 하지만 나도 내 집인데 매일 까치발로 돌아다닐 수도 없고 살면서 생활소음은 어느 정도 발생하는 것인데 늘 이렇게 누군가에게 불편을 주고 산다고 생각하니 저도 불편하네요. 공동주택 생활이라는 게 서로 양보(이해)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이해의 폭이 사람마다 다르니 답이 없는 거겠지만요. 제가 일부러 00층 괴롭힐라고 그랬을 리는 없으니 넓은 마음으로 그간 불편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앞으로 더욱더 소음 조심하겠습니다. 

00층 이웃님 가정에 늘 행복이 깃드시길 바랍니다. 


2019년 3월 4일 

윗집 이웃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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