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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Oct 06. 2023

Everything K!

K! 왜 떴을까?

‘Everything K!’

K붐(BOOM)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뜨겁다. 얼마 전 영국의 가디언은 ‘K로 통하는 모든 것(Everything K)’라는 강렬한 헤드라인과 ‘the rise and rise of Korean culture(계속해서 새롭게 부상하는 한국 문화)’라는 부제로 K컬처에 대한 분석 기사를 올렸다. 또한 독일 베를린 매체 라디오 에너지(Radio Energy)는 현재 세계인들이 무엇이든 앞에 K가 붙으면 붐이 일어나 made in Korea에 빠져드는 현상을 ‘K-WHAT’이라 명명하며 K붐에 대한 분석 기사를 올렸다. 이러한 ‘Everything K!’, ‘K-WHAT’과 같은 강렬한 제목은 이제 K가 K팝, K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의 인기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어 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상징적 표현이다. 


이제 K팝 가수가 빌보드 순위에 진입했다거나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은 놀랄 일도 아니다. 넷플릭스 인기 프로그램 상위 리스트에서 K드라마, K영화를 발견하는 것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K는 이제 콘텐츠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며 세계인을 홀리고 있다. 파리나 런던 뉴욕 등 유명 도시의 메인 스트리트에서도 K푸드 식당 간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길거리 음식인 떡볶이와 핫도그가 맨해튼 거리에서 팔리는 모습 또한 낯설지 않다. 이뿐인가? K뷰티, K패션, K미용 심지어 K냉동김밥, K호미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K는 이제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세계는 지금 K에 빠져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말해줘도 여전히 국뽕이라 치부하며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나친 자기 비하와 겸손이라는 정서가 범벅된 한국인 특유의 과소평가 기질 때문이다. 하지만 나가보면 안다. 밖에 나가보면 지금 K의 위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K가 얼마나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장담하건대 생각보다 훨씬 센 K-바람에 눈이 휘둥그레 해질 것이다. 


“형 여기 마트에도 한국라면이 수두룩 한데요”

“그래? 에이~ 괜히 헛비럭질했네”

컵라면 한 박스를 분리해 라면 따로 컵 따로 꼼꼼하게 싸왔는데 그 노력이 무색하게 되었다. 키르기스스탄의 소도시에도 한국라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 라면만이 아니었다. 그 낯선 나라 소도시 마트에도 화장품, 과자를 비롯해 한국제품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나가보니 낯선 나라 키르기스스탄은 나에게만 낯선 나라였지 그곳 사람들은 이미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내가 모르는 분야까지도 그 인기가 대단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꽁꽁 묶여 있던 시절의 이야기다. 사실 떠나기 전까지 나 또한 한류 바람이니 하는 K의 칭송을 국뽕스럽게 여기던 사람 중 하나였는데 실제로 접하고 보니 상상 그 이상이었다. 현지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코로나 팬데믹 동안 오징어 게임, 기생충, BTS 블랙핑크 등 K콘텐츠의 인기가 급상승하며 한국에 대해 많이 알려졌고, 그 인기가 K푸드, K뷰티 등까지 확산되면서 한국제품 하면 거의 다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믿기 힘든 K의 인기는 며칠 뒤 카자흐스탄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낯선 땅 중앙아시아 어디를 가든 ‘Korea’라는 한마디에 환대를 받았다. 정말 내가 국제사회 인싸요, 셀럽이 된 기분이 들었다. 아니 K의 인기가 정말 이 정도까지라고? 나도 모르게 가슴이 웅장해지며 국뽕이 차올랐다. 나가면 애국자 된다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이러한 K-바람이 신기하고 궁금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며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K-바람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막상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니 한국인이면서도 대답하기 쉽지 않았다. K는 정말 왜 떴을까?


사실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에 나타난 K-바람을 몇 가지 요인으로 딱 잘라 요약하는 것은 어렵다. 이는 마치 코끼리 코가 어디부터 인지, 뱀의 꼬리가 어디부터 인지, 얼룩말의 무늬는 흰 바탕에 검은색 무늬인지 검은 바탕에 흰색 무늬인지를 밝혀 내는 것처럼 힘든 일이다. 분명한 것은 위대한 작품이 어느 날 난데없이 태어날 수 없는 것처럼 K-바람도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았고 다양한 요인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몇몇 서구 매체들의 분석처럼 정부정책의 결과라거나 공장형 아이돌로 만들어진 유행으로 보는 것은 알맹이를 보지 못하고 껍데기만 보는 잘못된 시각이다. 이런 류의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일부 일본이나 중국 매체의 편향된 기사를 몇몇 서구언론이 가져다 쓰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도 K-바람을 과소평가하며 제대로 된 분석이 부족했던 것을 반성해야 한다. 


한때 조직관리 전문가라 자부하며 살았다. 나는 새로운 조직에 부임하면 먼저 그 조직의 이력부터 분석했다. 조직이 걸어온 길 속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나 현재의 실력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물이다. 국가나 민족도 마찬가지다. 현재 K의 실력이나 성과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한국인이 살아온 이력을 들여다봐야 한다. 한국인의 현재는 조상, 선배들이 살아오면서 축적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면서 갖게 된 생활습관, 기질, 풍습 등 삶의 총체를 문화라 한다. 다시 정의하자면 문화란 ‘자연을 인간의 의도와 생활에 맞게 개조해 온 것’ 즉, 한 공동체가 자연을 개척하면서 공동체의 생리에 맞게 개조한 것들의 총체라 할 수 있다. 문화연구자 존 피스크(John Fiske) 교수는 문화를 관념, 태도, 언어, 실천, 제도, 권력구조를 포함한 여러 가지 생활방식과 예술형식, 텍스트, 건축, 대량생산 상품 등 문화적인 여러 실천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문화란 인간활동의 모든 영역이다. 


이와 같이 한 공동체의 문화 속에는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기질, 특성, 장점 등 그들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이를 문화 유전자라 한다. 원래 이 '문화 유전자'라는 개념은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1976~2006)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생물학적 유전자 진(gene)에 대비하여 문화 유전자를 밈(meme)이라고 명명한 데서 유래했다. 그러니까 문화 유전자가 곧 현재를 읽어 낼 수 있는 바로미터다. 한반도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함께 살아온 한국인에게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 유전자가 들어 있다. 바로 ‘K-문화 유전자(이후 K-유전자와 혼용 표기)’다. 그러니 한국인이라 부르는 사람들에게는 성별, 생김새, 성격, 성씨는 달라도 좋든 싫든 어쩔 수 없이 하나의 K라는 문화유전자가 들어 있다. 아무리 영어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아프리카 오지 마을에서 들리는 한국어에 고개를 돌리게 되고, 햄버거에 익숙한 MZ세대라 해도 해외 나가 일주일만 떠돌면 김치를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 불고 있는 K-바람에도 분명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가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므로 K-유전자를 읽어내면 K-바람의 요체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다. K-유전자 속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나 능력, 성과의 요인 등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문명충돌론을 주장한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1927-2008)도 ‘문화가 중요하다 The Culture matters)라는 책에서 식민지와 전쟁을 겪으며 거의 폐허가 된 최빈국 한국이 불과 수십 년 만에 경제대국으로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를 바로 유구한 역사를 지닌 한국문화의 힘으로 보았다. 또한 현대자동차그룹 디자인경영담당 사장 피터 슈라이어도 우리 문화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예술작품을 창조하건, 대중음악을 작곡하건, 건축물을 짓건 뿌리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만들어내는 작품이나 산물은 진짜가 아닙니다’ 

그의 말처럼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인이면서 K-문화 유전자의 정체성을 모른 채 만들어 내는 모든 것은 가짜이기 때문이다.


불과 30여 년 전, 1990년대 수출업계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국제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한국제품은 할인 가격으로 판매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당시 기업 마케팅 담당자들은 자사 브랜드에 한국 이미지를 입히는 것이 오히려 디마케팅(demarketing)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2006년 미국 앤더슨 애널리틱스사의 조사자료에 의하면 당시 미국 대학생들은 삼성을 일본기업(58%)으로 알고 있었으며, LG는 미국기업(42%), 현대자동차는 일본(56%) 기업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국가브랜드는 인지도와 호감도, 신뢰도가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가 위상이 낮으니 K브랜드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랬던 K는 지금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를 격세지감으로 만들며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삼성, LG, 현대 등 기업들의 노력으로 K-브랜드의 멍석을 깔고, K팝, K드라마, K영화 등 K콘텐츠가 불을 붙이더니 이제 K푸드, K뷰티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며 K-바람이 되었다. 이제 K는 하나의 인기 브랜드가 되었다. 우리는 지금 'Everything K' 'K-WHAT'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이제 K에 대해 충분히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한국인은 아직도 자신들에게 세계가 좋아하고 찬양할 무언인가가 있으며, 이제 외부인들이 우물 안으로 몸을 기울여 개구리가 밖으로 나오도록 도우려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푸른 눈의 영국 기자 마이클 브린이 ‘한국, 한국인’이라는 책에서 한 말이 의미심장하게 가슴에 꽂힌다.


당분간은 이러한 K-바람이 점점 더 거세길 것임을 확신한다. K-문화 유전자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불고 있는 K-바람은 다른 나라에서 따라 하기 힘들고, 따라 한다고 해도 당분간 같은 결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K-문화 유전자는 우리만 가질 수 있는 축적된 경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K-문화 유전자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다. 20~30대의 한국사회 부정평가 비율이 50%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는 부모세대의 영향도 크다는 생각이다. 우리 스스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지 못하니 젊은이들이 더 부정적인 눈으로 한국사회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K-문화 유전자를 제대로 알고 그 힘을 믿고 자신감과 자부심을 더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한국사회를 중추적으로 이끌고 온 40~60대 어른들이 먼저 자긍심을 찾고 젊은 세데에게 자신감 있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이 책이 그 바탕이 되기를 바라며 천운처럼 찾아온 K-문화 융성기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의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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