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년홈즈 May 05. 2019

차정원 동지 모집

명동콜리를 들으며

우연히 한 방송 프로그램을 보다가 카더가든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가수를 알게 되었다. 카더가든은 자신의 본명 차정원에서 나온 이름인데 차=카 car, 정원=가든 garden에서 따왔단다. 픽 웃음이 나왔다. 내 친구 생각도 나고 또 내가 정원일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카더가든이라는 가수가 더 친근감 있고 재미있어 보였다. 그가 부른 명동콜리를 들으며 이 글을 쓴다. 

https://youtu.be/b_jxjsii-kE 

순창 가경마을 야생차밭

‘차정원’을 평생 꿈으로 삼고 살아가는 친구가 있다. 순창 강경마을에 3만여 평의 야생차밭을 지키며 사는 내 친구 박시도 선생이 그다. 내가 박시도 선생을 알게 된 때는 2015년경 전주에서 국수 장사하던 시절이다. 2016년 가을 국수장사 망하고 마음 정리한다는 핑계로 무작정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다. 그때 박시도 선생은 선운사 계곡 움막에서 몇 년간 방치되어 오던 10만여 평의 선운사 차밭이 아깝다며 돈도 안 되는 차밭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었다. 내 제주도 여행 계획을 듣던 박 선생이 불쑥 한마디 던졌다. 

“나도 따라가믄 안디남?” 

그 말 한마디에 둘은 바로 의기투합했다.

비울 것도 채울 것도 없던 터라 그랬는지 둘의 여행은 지금 생각해도 꿈같다. 난생처음 감귤 따는 노동으로 일당도 벌어보고 낮에는 친구가 내준 차를 타고 제주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고 저녁이면 지구를 넘어 우주영역까지 침범해가며 차곡차곡 이야기 꽃을 피웠다. 사실 박시도 선생도 그즈음 전주 한옥마을에서 운영하던 술박물관 정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참고로 박시도 선생은 평생 차와 술에 빠져 살았다. 그 좋아하던 술을 정리하고 차에만 빠져 살기로 다짐하던 시기가 그 시기였던 셈이다. 아무 계획도, 돈도 없이 무작정 떠났던 그때 여행이 아련하다. 다시 한번 그런 여행 가야할텐데.

 

그때 불쑥 쳐들어가 일주일 넘게 신세를 졌던 친구 이상웅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당시 그 친구도 사업상 좀 어려웠던 모양인데 내색하지 않고 30년 만의 처음 본 친구를 덥석 받아주고 자기 차까지 내주었으니 그는 필시 천사다. 더군다나 이 희한한 두 상처 받은 짐승들은 허구한 날 술을 달고 살며 밤에는 차 한잔 우려 놓고 밤새 이바구를 털어 댔으니 난생처음 보는 희귀동물을 보며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싶다. 

“상웅친구! 그때 생각하면 미안하고 감사하고 그런 마음 늘 가지고 사네. 고맙네”


제주 여행 동안 오설록 차밭을 두 번이나 방문했다. 그 차 밭을 보며 둘은 차정원 꿈을 더욱 다졌다. 특히 그 당시 위탁관리하던 고창 선운사 차밭에 대해 구체적 그림도 그렸다. 그 뒤로 내가 우연히 정원(조경) 만드는 일을 하게 되면서 최고의 정원작가와 함께 멋진 차정원 조감도까지 만들어 고창 선운사 차정원 계획을 세웠다. 허나 차정원의 깊은 뜻을 모르는 선운사 측의 무관심에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런 저런 이유로 박 선생도 선운사 차밭을 포기하고 지금 순창의 자기 차밭에 터를 잡고 있다. 

고창 선운사 차밭

최근 들은 소식인데 고창군수가 선운사 차밭에 관심이 많아 한번 만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에게 물어보길래 소유가 누구 것이든 차밭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니 한번 만나보고 차정원 얘기해보면 어떻겠냐는 내 생각을 전했다. 천오백 년 동안 고창 선운사를 지켜온 야생차밭의 진면목을 고창군수가 알아봤으면 좋겠다. 


지난달 순창 박 선생에게 다녀왔다. 차곡차곡(차 마시며 술 마시며) 밤새 차정원 얘기 제주도 여행 얘기를 되새김질하며 놀았다. ‘아 내가 돈 많이 벌면 이 친구 차정원 꼭 만들어 줘야지’ 다짐을 했다. 허나 내가 과연 차정원 만들 돈을 벌 수 있을까? 혹시 이 글 읽는 사람 중에 차정원 관심 있는 분이 있다면 연락 하시라. 함께 차정원 만들 동지로 즉시 합류 가능하다. 이건 박시도 선생 허락받지 않은 사항인데 내가 그 정도 지분은 있다고 생각하니 차 밭주인 허락 없이 동지 모집을 먼저 발설해 본다. 


카더가든의 목소리도 좋고 그가 부른 명동콜리도 좋지만 선운사 차밭과 순창 차밭도 '차정원'으로 참으로 좋은데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네.

‘카더가든’ 만들자고 해야 하나. 참나

순창 강경마을 야생차밭
박시도표 차


매거진의 이전글 리즈시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