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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Jan 21. 2024

페이스북 감정조작 실험

매화꽃이 왔으니 봄도 곧 오겠다.

어제 축구를 찜찜하게 비겨서 꿀꿀한 일요일, 아침부터 찌뿌둥하더니 점심이 지나자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겨울이 가기 전 술이라도 마시라는 건지 술비다. 밖에 나가 가늘게 흩어지는 빗속에서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비냄새를 맡으니 그 속에 옅은 봄소식이 묻어 나온다. 봄이 오고 있다는 신호 같아 마음이 가벼워지며 기분이 좋아졌다. 그냥 기분 탓일까? 아니면 페이스북으로 전달받은 매화꽃 소식 때문일까? 


며칠 전부터 페북에 매화꽃 소식이 올라온다. 사실 아직 매화꽃이 만발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기다. 하지만 어디든 성질 급한 부류는 있는 법이니 일부 성질 급한 매화꽃들이 한두 망울 꽃봉오리를 올린 것이다. 호르몬 변화 때문인지 올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춥게 느꼈었는데 꽃 소식을 접하니 묵었던 때를 벗은 것처럼 마음이 유들유들 해진다. 

순창 강경마을 매화꽃봉오리:2024년 1월 21일 출처:순창 박시도

2014년, 미국의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사회관계망을 통한 대규모 감정 전염 실험 연구(Experimental evidence of mass-scale emotional contagion through social networks)’라는 논문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이 논문은 페이스북 데이터 과학자들이 캘리포니아 주립대 및 코넬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2012년 1월 한 주 동안 페이스북 이용자 68만 9천3명의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작성했다. 이 감정 실험은 페이스북 뉴스피드 알고리즘을 조작해 일부 사용자에겐 긍정적인 메시지를 일부 사용자에겐 부정적 메시지를 더 많이 노출하게 해 그 반응을 추적하여 분석하는 연구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긍정적 메시지에 더 많이 노출된 사람은 긍정적인 글을 올리는 빈도가 증가했고, 부정적인 메시지에 노출된 사람은 부정적인 글을 올리는 빈도가 훨씬 증가했다. 이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대규모로 감정 전염이 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한 것이라고 연구진은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 실험결과 아니더라도 감정이 전염된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나 스스로도 이러한 감정 전염을 경험한 바 있다. 세월호 사건이 있었을 때 배가 물 밖으로 올라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페북에 한 줄 쓰기를 매일 실행했었는데 페북에 올라온 수많은 절망적이고 분노에 찬 글들을 읽으면서 급격하게 우울감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다. 결국 한 줄 쓰기 염원은 100일을 넘기지 못하고 중단하고 말았다. 


감정은 전염된다. 대면 접촉을 통해서면 전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연구결과처럼 소셜 네트워크상으로도 전염된다. 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내가 올린 글이나 사진 한 장이 또 다른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지나친 페북 활동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또 페친을 잘 두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긴 뭐 이것저것 따지려면 페북 활동을 안 하면 그만이긴 한데 또 그렇게까지 극단적일 필요는 없을듯하고…


페북활동을 그만두지 않더라도 내가 올릴 글이나 사진 한 장은 조절당하지 않고 나 스스로 결정할 수는 있다. 선택할 수 있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은 밭이다. 그리고 그 마음의 주인은 나다. 그 밭에 긍정의 씨앗을 심으면 긍정의 열매가 열릴 것이고, 부정의 씨앗을 심어 놓으면 부정의 열매가 열리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 나는 내 글에 또 어떤 씨앗을 심었는가? 글이 어째 갑자기 근엄 진지해진다. 뭐 그렇다는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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