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C를 이긴 KFC

KFC(Korea Frid Chicken), 치킨 공화국

'8만 1,000여 개' 

2022말 기준 우리나라 치킨집 수라고 한다. 얼마나 정확한 통계인지 모르겠지만 치킨을 팔고 있는 호프집이나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되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실제 치킨집 수를 합하면 저보다도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동네 상가를 떠올려 보면 꼭 통계 수치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 치킨 집이 많은 것은 알 수 있다. 치킨 집 정말 많다. 그러니 ‘치킨 집이나 하지 뭐’라는 말이 자연스럽다. 가히 치킨 공화국이라 부를만하다.

K-치킨: 외국인들이 꼽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1위.

치킨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꼽는 1위는 단연 K-치킨이다. 알고 있듯이 치킨은 원래 우리나라 전통 닭 요리는 아니다. 우리나라 닭 요리는 닭백숙이나 삼계탕 또는 닭볶음탕 정도였지 기름에 튀긴 닭 요리가 등장한 것은 근래 들어서다. 가마솥에서 전통식으로 튀겨 낸 옛날 통닭이라며 역사와 전통이 있는 맛이라고 현혹하지만 실상은 ‘옛날’이 그 먼 옛날은 아니다. 실제로 닭을 튀겨 낼 수 있는 식용유가 우리나라에서 양산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그러니 가마솥에서 튀겨내기 시작한 옛날은 그래봐야 1970년대다. 

가마솥 옛날 통닭: 튀김용 식용유가 우리나라에서 양산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반이다.

이러한 역사를 들어 치킨은 K-푸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다. 이 땅에 들어와 튀기는 방법, 양념 등 요리방법 등이 모두 달라졌으니 엄연히 K-푸드다. 실제로 한국식 치킨을 먹어 본 외국인들은 자기들이 먹어 본 치킨 맛과 달리 ‘바삭하다’ ‘매콤달콤 양념이 맛있다’ ‘살이 부드럽다’ 등 K-치킨이 최고라며 그 독창적인 맛을 인정한다. 

닭을 튀기는 치킨 문화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한국전쟁 후 미군에 의해서라고 한다. 그렇게 전해진 치킨 문화는 점차 한국인의 닭 먹는 문화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1984년 KFC가 한국에 진출하면서부터는 치킨은 특별한 음식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겨 낸 치킨 맛을 본 한국인들은 맛의 신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닭을 삶거나 쪄서 먹던 방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맛의 변화에 맞춰 국내에도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치킨의 본 고장 맛을 들고 들어온 KFC:1984년 종로에 1호점을 오픈, 2022년 폐점.

우후죽순 등장한 업체들은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맛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었고, 독보적 혼종문화 창조자의 기질을 가진 한국인들은 튀기는 방법이나 양념을 입혀서 먹는 방법 등 독창적인 맛의 치킨을 개발해 내기 시작했다. 지금의 K-치킨의 탄생 배경이다. 그렇게 탄생한 K-치킨은 이제 치킨의 본 고장에 진출하여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치맥: 이 조합 참을 수 없다.

2013년 말 방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치맥(치킨+맥주)의 유행을 퍼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 드라마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대단했는데, 특히 중국에서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남자 주인공 김수현은 중국에서 전세기로 모셔갈 정도의 스타가 되었고, 천송이(전지현)가 즐겨 먹던 치맥은 중국인들을 사로잡았다. 많은 중국인들이 치맥을 경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실제로 2016년 3월 중국의 화장품, 의료기기 유통사 아오란 그룹은 직원들에게 포상휴가로 한국 치맥 여행을 선물했다. 이때 인천 월미도에서 진행한 단체 치맥 파티는 무려 4500명이 참석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아오란 그룹 월미도 치맥 파티:2016년, 4500여 명 참가

오늘도 많은 글로벌 유튜버들은 K-치킨을 소개하며 한국에 가면 반드시 치맥을 먹어봐야 한다며 호들갑을 떤다. 나도 닭을 좋아하는지라 해외 나가면 가끔 그 나라 치킨을 먹어보는데 K-치킨 따라올 맛은 아직까지 없었다. 

치킨 집하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치킨 공화국이 싫겠지만 닭이라면 자다 가도 벌떡 일어나는 나는 맛있는 치킨을 골라 먹을 수 있는 치킨 공화국이 좋다. K-치킨 만세다.

K-치킨: 양념 반, 프라이드 반 이런 반반 치킨 문화도 K-치킨의 특징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