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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Mar 10. 2024

삼겹살, 한국인의 소울푸드 회식 음식의 제왕

코리안 바비큐 삼겹살과 코리안 타코 상추쌈

여전히 회식하면 떠오르는 음식 1위는 아마도 삼겹살일 게다. 왁자지껄한 식당 안, 불판 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삼겹살과 함께 환한 미소로 함께 익어가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그려질 것이다. 꼭 회식이 아니더라도 퇴근 후 술꾼들을 가장 많이 부르는 곳이 바로 삼겹살집이다. 한국인이라면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궁합을 알기 때문이다. 삼겹살은 한국인의 소울푸드다.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에도 삼겹살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로 samgyeopsal이라는 우리 식 이름으로 등재되어 있다. ‘돼지 뱃살을 얇게 썬 한국 요리(A Korean dish of thinly sliced pork belly)’라는 친절한 소개도 붙어 있다.  

이러한 삼겹살은 언제부터 한국인의 소울푸드가 되었을까? 삼겹살이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34년 11월 3일 자에 도야지 고기 부분에서 ‘세삼겹’이라는 말로 언급되어 있었고, 그 뒤 1959년 1월 20일 자 경향신문에서 ‘삼겹살’이라는 말이 등장했다.(출처: 음식으로 읽는 한국생활사, 저자 윤덕노) 

삼겹살은 살과 지방이 세 번 겹쳐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런 의미로 보면 처음 등장한 어휘인 ‘세겹살’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려 보인다. 이 삼겹살은 원래 돼지의 뱃살 부분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삼겹살을 워낙 많이 먹고 갈비 부위보다 비싸 뱃살 윗부분까지 갈빗대를 발라내고 그 부위까지 포함하여 정국한다고 한다. 


내가 처음으로 삼겹살을 먹어 본 것은 1980년대 초였던 것 같다. 서울 살았던 매형이 장인어른 드린다고 삼겹살이라는 신문화를 가져왔다. 덕분에 몇 점 맛보았는데 맛있었다는 기억보다 기름기가 많아 느끼했던 기억만 남아있다. 당시까지 충청도 청양 산골마을에는 고기를 구워 먹는 문화가 없었다. 명절이나 동네잔치 등 1년에 서너 번 돼지를 잡았는데 찌개나 국으로 끓여 먹었지 불판에 구워 먹지는 않았다. 1년에 몇 번 먹을 수 있는 귀한 고기였으니 찌개나 국으로 끓여 온 가족이 먹는 것은 당연했다. 그 귀한 돼지고기를 구워 먹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런 삼겹살 문화도 읍내나 도시에서 이를 맛을 본 사람들에 의해 점차 시골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80년대 중반 이후 동네 어른들이 가끔 슬레이트에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에는 슬레이트가 기름기를 빨아들여 고기가 더 맛있다는 말이 퍼져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석면 덩어리에 고기를 구워 먹은 격이니 풍요롭지 못했던 시절의 서글픈 추억이다. 


삼겹살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는 바로 IMF를 겪게 되면서부터다. IMF로 일자리를 잃은 많은 사람들이 창업하면서 식당들이 우후죽순 늘어났고 비교적 창업이 쉬운 삼겹살집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격이 저렴하니 많이 찾게 되어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예전보다 가격은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어디를 가든 삼겹살집 찾기는 식은 죽 먹기다.  

삼겹살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으로 한국식 바비큐 삼겹살을 꼭 꼽는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이 자신의 친구들을 초대하여 그들이 겪는 한국 체험을 보여주는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삼겹살은 거의 빠지지 않는다. 그들은 먼저 식탁 위에 고기를 굽는 것에 놀라워하며,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을 가위로 자르는 것에는 문화적 충격을 받는다. 또한 상추에 파무침 등 갖가지 소스를 넣은 쌈에 소주 한잔 입으로 탁 털어 넣고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 맛에 홀딱 반한다. 식당 테이블 위에서 직접 고기를 굽고 그 고기를 가위로 잘라 신선한 채소에 싸서 먹는 문화는 오로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한판 삼겹살 속에 한국의 독특한 음식 문화가 다 들어 있는 셈이다. 그러니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은 한국을 찾는 여행자들이 놓쳐서는 안 될 최고의 체험코스다.

술꾼을 자처하는 나에게도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은 엄청난 유혹이다. 사실 어제도 집에서 삼겹살 구워 먹었는데, 이 글을 끄적이다 보니 또 당긴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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