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년홈즈 Jun 03. 2024

이런 댓글의 주인은 누구일까?  

글자는 읽으나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

긴 글이 대우받지 못하는 시대다. 긴 글이 환영받지 못하는 세대다. 아니 긴 글을 읽어내지 못하는 시대다. SNS 세상은 긴 글을 선호하지 않는다. 일상이 된 SNS는 인간을 짧은 글로 길들였다. 그러니 긴 글 속에 들어 있는 문맥을 읽어내지 못한다. 아니 읽어내기 싫어한다. 하지만 짧은 글로 다 읽어 내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빠르며 알아야 할 정보가 너무 많은 시대다. 이러한 복잡한 세상을 한 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천재적인 글재주를 가진 사람은 없다. 가장 최신 버전의 AI이라도 이는 불가능하다. 한때는 이렇게 긴 글들을 한 줄로 줄일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긴 했다. 바로 시인들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시를 읽지 않으니, 시인들은 골방에 유폐된 지 오래다. 그런 시절이니 긴 글은 더욱 천대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주 오마이뉴스에 기사 하나를 올렸다. 주말 동안 체크를 못 하고 오늘에야 살펴보니 그 기사가 인기 기사에 올라가 있다. 몇 개의 댓글들이 달려 있어 읽어 보니 몇몇 댓글의 내용이 참으로 한심하다. 기사 내용과 상관없는 생뚱맞은 댓글은 막무가내 비아냥 삼인칭 시비조다. 글의 취지는 내 경험에 비추어 자영업자들을 양산하는 이 나라 현실의 문제점을 알리고 너도나도 창업하지만 5년 내 열에 여덟은 폐업하는 상황을 알리기 위한 글이었다.

(기사 참조: https://omn.kr/28us5 

▲ 저런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누굴까? 기사 내용과 상관없는 댓글들

그런데 댓글에는 엉뚱하게 자기 욕심에 창업하고 망해놓고 정부를 탓하고 있다거나, 왜 10년 전 얘기를 하냐는 둥 문맥에 전혀 맞지 않은 내용이다. 글을 다 읽지도 않고 쓴 댓글임이 분명하다. 읽고도 이런 댓글을 달았다면 글자는 읽지만, 글을 읽지 못하는 실질 문맹자들로 보인다.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이런 댓글을 달았을까? 어떤 연령대 사람일까? 정체가 몹시 궁금해졌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몇 줄 읽어보고 패스하거나 관심 없는 내용이라면 제목만 보고 다른 기사를 찾았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댓글 창을 열고 키보드를 두드려 댓글을 달았다면 분명 글을 읽었을 것이고 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문맥과 전혀 동떨어진 얼토당토않은 댓글을 달았다는 점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실질 문맹률이 심각하다는 말이 피부로 와닿는다. 한글이라는 위대한 문자를 가진 덕분에 문맹률 세계 최저 국가라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실질 문맹률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10여 년 전에도 이 문제는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기사를 찾아보니 이런 기사가 있다.


[독해력을 수준별로 나눠서 보면 국내 55세~65세의 독해력은 '매우 낮음'이 31.27%에 이릅니다. 대략 이 수치가 실질 문맹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독해력 '낮음'도 46.13%라 '낮음'과 '매우 낮음'의 합은 77.4%에 이릅니다. 반면 16~24세의 경우에는 '매우 낮음'은 2.84%, '낮음'은 24.54%에 불과합니다. OECD 평균을 보면 55세~65세의 독해력이 '매우 낮음'은 24.12%로, 국내의 실질 문맹 중·노년이 OECD보다 대략 30% 더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2014.11.24 KBS 뉴스 박대기 기자


10년이나 지난 기사지만 위 통계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오히려 더 심각해졌다. 짧은 글이 환영받는 시대 지금이야말로 긴 글이 필요한 시대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막막하지만 영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독서다. 하나 마나 한 얘기 같지만, 책을 읽어야 긴 글을 읽어 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인의 독서량이 OECD 꼴찌 수준' 이런 기사 제목은 이제 항체가 생겨 사람들 관심 밖에 난 지 오래다. 통계청 자료(2023년 11월 기준)에 의하면 13세 이상 한국인 전체 1인당 연간 평균 독서율은 7.2 권이다. 그중 청소년(13~19세)이 12.6권으로 제일 높았고 그다음이 40대(40~49세)가 10.3 권이었다. 그다음 세대부터 급격하게 줄어들어 50대 5.7권, 60대 4.0권, 70대 2.1권, 80대 이상은 1.0권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개인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노인층의 급격한 독서율 감소가 눈에 들어온다.


이런 자료를 토대로 기사에 달린 얼토당토않은 댓글의 주인을 추정해 본다. 나는 이들을 50대 이상으로 추정한다. 나도 50대의 한 사람인 지라 좀 억울하긴 하나 통계자료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

▲ 1인당 평균 독서량(통계청 2023년 11월 기준) 통계청 자료 1인당 연간 평균 독서량
매거진의 이전글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