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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Oct 25. 2019

혹시 당신도 개저씨?

나이를 먹어도 개저씨는 되지 말아야지

혹시 당신도 개저씨??


감성적인 성격 탓인지 아니면 그냥 유난스러운 성격 탓인지 난 나이 먹는 것에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다. 지천명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내 나이를 인정하기 싫어 발악 중이니 말이다. 나는 한국식 나이 계산법에 불만이 많다. 태어나면서부터 1살을 먹는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 같다. 이런 나이 계산법이 불합리한 이유는 만일 12월생이라면 태어나자마자 한 달 후에 2살이 돼 갑자기 애늙은이를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어려서는 한 살 더 먹는 게 좋을지 몰라도 나이 들어서는 억울해진다.  


배낭여행을 다니다 보면 여행자들 사이에서 우리 식 나이는 참 무의미 해짐을 알게 된다. (물론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나이는 잘 물어보지 않지만) 세계 대부분 나라는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만 나이 계산법을 사용한다. 그러니 여행 시에는 우리 나이로 말하면 상대방이 오해를 하게 된다. 나는 지천명이 지나면서부터 만국 공통 나이 계산법인 만 나이로 살기로 했다. 그러므로 나는 현재 쉰을 갓 넘긴 나이다. 


혹시 개저씨를 아시는가?

나도 몇 년 전 SBS 스페셜이라는 코너에서 처음 접한 말이다. 개저씨는 개와 아저씨의 합성어로, 주로 여성이나 약자에게 ‘갑질’하는 중년 남성을 비하하는 신조어다. 어감이 썩 좋지 않은 이 말을 요즘 젊은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신조어라고 하니 그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서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어느 순간에는 ‘나도 혹시 개저씨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며 움찔했다. 처음에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체크리스트를 들여다보니 몇몇 항목은 나도 분명 개저씨의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체크리스트를 보니 내 주변에도 개저씨 속성을 가진 아저씨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 아저씨가 개저씨가 된 이유는 자신이 현재(나이 먹음)를 착각하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신의 나이 듦에 대한 저항 심리로 젊은 사람들 앞에서는 자기 합리화와 주장을 더욱 강화한다. 그럴수록 젊은 세대와는 더 멀어지게 되고 그들을 타박하는데 힘을 쏟는다. 그러다 보면 아저씨는 점점 더 개저씨로 변하게 된다.

▲개저씨 체크리스트: 당신도 혹시 개저씨? 위 항목 중 8개 이상이면 당신도 개저씨
혹시 당신도 개저씨?
혹시 당신도 개저씨?


“쯧쯧! 말세야~ 말세! 요즘 젊은것 참~~.” 


대부분 나이 먹은 이들은 젊은 사람들이 하는 짓을 맘에 들어하지 않는다. 사실 이런 현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5천 년 전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에 쓰인 문자를 해석해 보면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문구가 나오고, 4천 년 전 수메르 문명의 함무라비 법전에는 ‘요즘 젊은것들은 신을 모실 줄 모르고 버릇이 없어 말세다’라는 문구가 나온다고 한다. 3천 년 전에도, 2천 년 전에도 젊은것들 때문에 말세가 올 것이고 했다. 조선시대에도 나이 먹은 어른들은 곰방대를 빨며 젊은것들 보며 말세라고 했고, 70년대에도, 80년대에도 어른들은 젊은것들 때문에 말세라고 했다. 하지만 세상은 망하지 않았다. 


나이 먹으면 왜 젊은것들이 말세를 가져올 것처럼 보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세상의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고 자기가 살아온 경험을 기준으로 현재를 보기 때문이다. 세상은 앞으로 말세가 올 확률보다 좋아질 확률이 더 높다. 젊은것들 때문에 말세가 온 것이 아니라 젊은것들 때문에 점점 더 좋은 세상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나보다 젊은 사람들은 대할 때는 절대로 나의 경험으로 남을 가르치지 말고, 나이로 그 사람을 평가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그들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게 그나마 나이 들면서 추해지지 않는 한 가지 방법이다. 그렇게라도 노력해야 젊은이들에게 개저씨 소리 안 듣는다. 

‘아저씨들 알겠지요?’


어라 또 주장, 시방 강요하는 난 개저씨인겨 아닌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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