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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르 Jan 07. 2018

아빠의 주말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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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이 결혼하고 처음으로 주말에 혼자 외출을 했다. 외출 하기 전에는 설거지도 해놓고 빨래도 널어놓고 한시간 넘게 아기띠를 하고 걸어다니며 애기도 재워주고, 그렇게 그는 나와 수에게 미안해하며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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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정도 언제든지 할 수 있는거잖아 하겠지만, 우리신랑은 절대 혼자서는 주말에 외출하지 않는 사람이다. 즉, 신랑은 혼자만의 시간따윈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사람이라면 가끔 혼자있고 싶은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주말에 친구를 만나러갈 때에는 항상 나를 따라나서서 카페에서 기다리거나 서점을 간다.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가 안갔는데, 평일에는 회사다니느라 기껏해야 자기전 2~3시간 보는게 전부이니, 주말이라도 하루종일 붙어있고 싶은 신랑의 마음이리라 이해하기로했다.

가끔 신랑은 내가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혼자 있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던 것 같다. 모든 혼자인 사람은 항상 외로운 것도 아니고, 모든 커플인 사람이 항상 외롭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아닌것과 마찬가지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정도와 사랑의 크기는 비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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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랑은 아기가 생기고나서 부쩍 경제적 독립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늘의 외출도 주식강의를 들으러 간다는 이유이다. 그 전에도 꾸준히 공부를 해왔지만, 아기가 생기니 지금보다 조금 더 우리 가족을 풍족히, 여유롭게 지내게 해주고 싶은 책임감이 신랑의 어깨를 무겁게 누르고 있는 것 같다.

아기의 엄마 입장에서는 고맙고 기특한 남편이지만, 와이프의 입장에서는 가끔 너무 스트레스 받아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 나는 조금씩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미 신랑은 '가장의 책임감'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장착하고 우리가족의 10년 후, 20년 후를 걱정하고 있으니..

나는 신랑을 최대한 응원하고 지원해주기로 했다. 신랑이 내 꿈을 항상 격려해주고 내 멘탈을 붙잡아주듯이. 가정에 가끔 소홀해질 때도 있겠지만 (소홀해지는 기간은 제발 길지 않기를..) 수의 엄마아빠이기 전에 우리는 각자의 꿈이 있는 '사람'이고, 무엇보다도 죽을 때까지 곁에서 서로를 사랑하기로 약속한 '부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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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이 돈을 잃어도 좋고, 벌어와도 좋다. (물론 많이 벌어오면 슈퍼그레잇이다.) 하지만 이 마은은 오로지 신랑이 오랫동안 시간을 투자하여 공들인 노력이 빛을 보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나는 우리 가족이 서로가 서로의 멘탈을 잡아주는 여유로운 삶이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시간에 빠듯하게 쫓기는 삶, 남과 비교를 통해 조바심내는 삶이 아닌 마음이 풍족하고 소소한 행복이 항상 우리가족의 곁에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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