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멍을 때리며 주변 사람들을 관찰했다. 처음부터 구멍이 보인건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두 개의 구멍을 발견했다.
구멍 하나는, 내 오른쪽 아저씨가 입고 있던 바지의 무릎 언저리에 나있던 타원형의 구멍이었다. 아저씨는 담배를 피는 사람인가. 금연구역에서(공식적으로 지정된), 아니면 금기구역(누군가에 의해 임의로 만들어진)에서 몰래 담배 한 개피를 피며 한 숨 돌리다가, 예상치 못하게 등장한 어떤 존재의 불쑥함으로 본인의 가장 자주 입는 바지에 급히 비벼 불을 꺼트려야만 했던. 어쩌면 그 얇고 작은 담배에서 뿜어져 나오던 뜨거움이, 당신의 지난 젊은 날 뜨거웠던 꿈을 떠올리게 만들어 당혹스럽지는 않았는 지.
다른 구멍 하나는, 내 왼쪽, 왼쪽에 앉아계시던 아주머니의 오른쪽 운동화 엄지발가락 부근에 수줍은 듯 일어나있던 비죽비죽 실들이었다. 아주머니는 아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조그마한 순대국밥집에서 주방일을 돕고 있다. 큰 솥의 그을음을 닦기 위해서는 팔과 손에 힘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고된 일이었다. 선 자세보다는 앉은 자세가 힘을 주어 닦기에 편할것이고, 이왕 앉으려면 쭈그런 자세가 조금 더 가성비(노력과 들인 시간 대비 결과) 훌륭하다고 판단했다. 주방 바닥의 타일 사이 사이사이로 거무스름한 구정물이 흐른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어머님은 신발에 묻은 검은 이물질을 조심스레 닦아본다. 생각보다 잘 닦이지 않아 퐁퐁 묻힌 수세미로도 닦아보고, 깨끗히 닦인 신발 앞 코를 보니 뿌듯했던 것도 잠시, 조금씩 닳아가고 있던 운동화의 무심한 앞 코처럼, 어머님의 마음도 점점 무뎌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너무 늦지는 않기를.
동그란 모양도 아니고, 사각형도 아닌 묘한 형태의 구멍은 죄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구멍 속으로 들어가보면 검은 세계가 있고, 그 검은 세계의 깊은 곳엔 누군가의 절실함이 숨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