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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르 Jan 16. 2019

이미 사라진 뜨거운 마음을 찾을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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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시절 열정이 없었던 사람은 없었겠지만 나 역시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그 누구보다 인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신입사원 때는 누구나 열심히 한다는 것을 전제하에 그 열심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해내주고, 적절한 조언을 통해 그 사람의 잠재적 능력을 발굴해줌으로써, 훌륭한 사회인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주변 사람들과의 콜라보가 필요하다.

나는 신입사원 1년이 생지옥같았다.

물론 나의 잘못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잘못을 그 당시에는 도저히 깨우칠 수가 없었다. 혹여 깨우칠 수 있도록 나에게 조언해주려는 사람들은 인격모독 이라는 팬케이크 위에 달콤한 시럽같은 조언을 올려서 꾸역꾸역 입으로 넣어주기 시작했다.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상처받은 나를 치료하여 노력했으나, 결국 회사는 나에게 '고문 받는 곳'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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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회사생활을 근 10년가까이 했다.

신입사원과 처음 일하게 되었고, 이 친구는 정말 똑똑한 친구였다. 비록 연차는 크게 차이나도, 나이로는 2살 차이밖에 안난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똑똑했다. 내가 하는 대부분의 말들을 빠르게 이해했고, 나 조차 이해할 수 없는 앞뒤 안맞는 말들에는 칼같이 지적했다. 부정할수 없고, 더 설명하기 곤란할 정도로 날카롭고 구체적인 질문들을 받았다. 6개월 정도 빠듯하게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쏟아내니, 더 이상 알려줄 것도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신입사원 시절에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없어 그렇게 힘들었는데, 이 친구는 나 같은 사람을 만나 자기 의견을 끝까지 옳다 말하며 잘 지내고 있구나. 질투가 났다. 열등감이 피어올랐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너를 괴롭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아니더라도 네가 좌절할 만 한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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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회사에서 직원들의 제보를 받아 어워즈를 진행했는데, 그 목록에 그 사람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 이런 사람은 어디서나 인정을 받을 만한 특출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추천한 사람은 그와 긴밀하게 협업한 사람이 아니고, 옆에서 지켜 본 사람이었다. 나도 그를 옆에서만 보았다면, 정말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훌륭한 사람과 계속 친하게 지낼 수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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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마음의 문을 닫았다. 나는 역시 사람들과는 친밀하게 지낼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가끔은 회사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열정이 그립고, 내 마음 다칠까 적극적으로 의견을 부딪혀 보지 않은 내 열정이 그립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할 수록 자꾸 나의 부족함을 깨닫게 되고, 마음은 더 굳게 닫혀만 간다.

나는 오늘도 내 진심을 집에 넣어두고, 집 현관문을 꼭꼭 닫고 회사로 출근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한다. 매일매일 더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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