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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르 Jan 29. 2019

짧은 이미지1

웃음의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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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손가락이 스친다. 살짝 말려 올라간 입꼬리와 보드라운 볼이 따뜻하다. 그랬구나하는 뻔한 리액션도 진심이 전해진다. 코를 맞대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창밖에는 눈이 내린다. 한참 쌓인 뽀얀 눈밭을 걷는다. 눈밭에는 새 몇 마리가 이미 걸어가, 불가사리같은 발자욱들이 하얀 무명천 위에 수를 놓았다. 날씨는 쌀쌀하지만 심장만은 뜨끈하게 나무를 지진 아랫목같다. 비밀스러운 것들이 조금씩 드러난다. 그리고 동시에 두려워한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서로에게 적응한다. 표정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행동에 적응하려면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차락차락 책장을 넘기는 소리는 고요 속에 떠돈다. 맘에 드는 문구 하나를 발견하고는 귀에 속삭인다. 아름다운 숨소리. 아름다운 우리의 새벽. 웃음 뒤에 가려진 서로의 진실, 그리고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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