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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르 Feb 16. 2019

2019년 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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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제일 사랑하면서 내가 제일 싫어하며 나를 이렇게 슬픈 사람으로 일궈낸 우리 엄마.
재작년, 아이를 낳으며 매년 내 생일에는 엄마에게 고생많았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졌어요.
30년 전 오늘, 엄마는 나를 낳으면서 어떤 고통을 느꼈고, 어떤 마음으로 나를 당신 품에 안았을까.

당신은 시어머니한테 사랑받기위해 내가 아들이기를 그렇게 바랐지만, 나는 당신의 기대에 부응하는 존재로 태어나지 못했어요.

나를 위해 세상빛을 보지못한 나의 언니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정말 누구보다 두배로 더 행복해야하고 더 사랑받아야 했는데 나는 사랑받는 방법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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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엄마.
엄마는 그렇게 힘든 일을 겪고 괴로워하는데 나는 지금도 엄마 옆에서 엄마의 고통을 나누는 게 두려워요.


엄마가 나를 알아 보지 못할 때, 엄마가 누군가에게 뜬금없이 내 자랑을 할 때 엄마가 부끄러워 쥐구멍으로 도망치고 싶었어요.


엄마가 좋아하면 다 좋다고, 줏대없이 엄마의 의견에 맞추어 아무리 의미없는 것들도 괜찮다고 하얗게 거짓말하고는 어물쩍 상황을 넘겨버리려 했었어요.


나를 낳느라 온몸이 찢어지고 불타는 것같은 진통을 겼었을텐데 나를 낳아줘서 고맙다고 이야기 할 여유가 없었어요. 그런 고통 속에서 나를 낳았기 때문에 내 삶은 계속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며, 세상을 원망하는 나에요.

존경하는 엄마.
부디 내 모든 고백을 용서하지 마세요. 용서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스스로를 지옥 불구덩이에 몰아넣는 엄마딸을 가끔은 가엾게 여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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