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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건, 감사하고도 슬픈일이다.
더 이상 뱉어낼 것이 없었으면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난해한 글 속에 나를 꼭꼭 숨기고, 제발 나를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에 지쳐가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래도 글을 쓰겠다. 왜냐하면, 지금 내 안에 비워내야할 것들이 어제와 같이 많이 쌓였기 때문이다. 오늘이 어제였던가, 어제가 오늘이었던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서사의 장치를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이 뚝뚝 끊기는 단어와 문장의 나열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단어는 일관성이 없으며, 일관성이 없음으로 인해 친절하게 느껴지지 않는 점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 곧 내가 당신에게 전할 메시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세상에는 합리적이며, 아주 그럴싸한 논리로만 풀어갈 수 없는 것들이 셀 수 없이 많고, 나의 존재 또한 그런 것들 사이에서 혹독한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펜을 잡거나 내가 좋아하는 키보드의 터치감이 나를 숨쉬게하고 뱉어내게 하기에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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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방이 높고 좁은 4개의 면으로 둘러싸인, 점점 가늘어지는 피라미드의 꼭대기 위에서 시간을 내려다본다. 그 피라미드는 고대 그리스어로 오벨리스크라 한다. 옛날에도 지금처럼 결핍이 있었음을 증명한다. 결핍만이 채워줄 수 있는 만족감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대체로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결핍이 없다면 우리는 결핍이 아닌 것 조차 알아 차릴 수 없을 것이다. 배부름을 인지해야, 배고픔을 인지할 수 있듯이. 그러므로 절대적인 시간의 결핍은 모든 수식어를 더욱 조밀하고 단단한, 그 어떤 탑보다 높은 오벨리스크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