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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르 Feb 23. 2019

새로운 원두를 사고 쓰는 커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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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내려 마시는 커피가 좋다. 요즘은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내린다.

얼마 전 카페쇼에 가서 서비스로 받은 (무려) 5봉의 원두를 야금야금 모두 소진했다.

새로운 원두를 샀다.

우리집에 새로온 원두는 핸드드립을 위한 분자로 갈렸으며, whale song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큰 고래의 노래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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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출근 전 아침에 직접 핸드드립을 할 때 풍기는 원두의 입김과 손목의 스냅이 나를 조금씩 현실로 인도한다. 현실이라는 생크림을 올려 주중 아침 커피를 완성한다.

주말 아침에는 신랑이 내려주는 커피를 마신다. 내가 내린 것보다 훨씬 맛있다. 사랑이라는 생크림이 올라가 완성된 주말의 커피, 그 어떠한 커피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커피.

요즘 신랑은 비알레띠 모카포트로 커피를 추출하는 재미에 심취해있다. 커피가 거꾸로 올라와서 추출되는 모습이 인상깊다 한다. 까맣게 올라오는 커피가 좋다한다. 까만 커피는 까만 머릿속을 까마득하게 채운다. 그 매력조차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커피.

주말은 최대 3잔의 커피를 마신다. 아침에는 신랑바리스타의 드립커피 한잔, 오후에는 카페의 분위기와 함께 마시는 한 잔, 저녁을 먹고나서 마시는 부드러운 디카페인 커피 한 잔. 

커피는 하루에 세 잔까지 무난히 즐길 수 있다. (좋아하는 정도로 치면 정말 적게 먹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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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커피를 마시러 다니는 것이 좋다. 커피를 갈구하고, 커피를 음미하고, 커피에 추억을 담는 행위가 마음에 든다. 공간이 예쁜 장소에가고, 조그만 의자에 걸터앉아, 조용하기도 시끄럽기도, 문을 열기도, 닫기도, 바라보기도 바라보지 않아도 아무런 제약이 없는 카페라는 장소가 주는 매력은 카페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커피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매 순간 커피를 생각한다. 차가운 맛도, 뜨거운 맛도, 부드러운 맛도, 쓴 맛도, 신 맛도, 모두 커피의 모습이고, 커피와 내 혀가 하나 되는 순간에 느껴지는 자유로움이 좋다. 내가 어디에 있든, 그 어디든지 데려다 주는 커피가 주는 기쁨이 점점 커지기 때문에, 나는 커피를 포기하기 어려워 진다. 커피가 있는 곳에는 무엇이든 있을 것 같고, 동시에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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