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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르 Apr 09. 2021

20210409 체중과 세트포인트

다이어트의 불문율


두 달째 몸무게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다지 열심히 한 것도 아니지만 그것보다 몸이 현재의 시스템에 완벽하게 적응해버린 것이다. 아무리 조금이라도 서서히 감량세이긴 했는데, 두달이나 그대로라니 이건 몸이 잘못한게 아니고, 내가 잘못한거다. 몸이 조금만 무거우면 체중이 야금야금 올라가지만, 그렇다고 몇 끼 거른다고 해서 체중이 내려가진 않는다. 내 몸이 자꾸 특정 셋트 포인트에서 벗어나지 않고, 일정한 박스권에 고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몸의 셋트포인트라는 것은 왜 생긴걸까. 왜 체중은 계속 먹은것이 없어도 잘 내려가지 않고, 수분으로라도 메꿔 그 숫자를 유지하려고 하는걸까. 그것은 인간 몸의 효율성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섭취하는 음식물이 줄어들어 기아상태로 인지하면 몸에 있는 지방을 태우지 않고, 들어오는 것을 족족 미리 저장해두려고 한다. 머나먼 옛날 사냥하던 시절 우리 사람의 몸은 그렇게 적응되었다. 몸이 기아상태라고 인지하지 않으면서, 즉 잘 챙겨 먹으면서도 열량이 적어야 평소대로 열량을 태운다고 한다. 그래서 굶으면 안된다라고 하는 말이 나온 것이다. 간헐적 단식이라는 방식이 최근 유행하고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간헐적 단식도 단기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몸이 그 단식 사이클에 익숙해져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간헐적 단식은 야식 먹는 시간을 차단한다. 그리고 한끼를 거르기 때문에 당연히 야식먹고 끊임없이 주섬주섬 먹던 사람들은 체중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체중감량을 시도하면서 느꼈던 체중감량의 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면, 식욕 다스리기와 스트레스 다스리기이다. 먹고싶은것이 잔뜩 생각나면 체중감량이 어렵다. 어찌됐든 참는 것은 언젠가 폭발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몸에서 자극적인 음식을 애초부터 원하지 않도록 영양소의 부족없이 챙겨야 한다. 또 공복을 유지하는게 어려우면 감량이 어렵다. 공복이 익숙해지려면 몇번 배고픔을 참아서 속이 편해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해보아야 한다. 공복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코르티졸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생기고, 이 스트레스를 견뎌내야 체중감소가 가능하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본능적으로 매운음식이나 단 음식, 자극적인 음식이 당기므로 사실은 스트레스 역시 음식과의 연결고리가 깊다.


최근 몇 주간 나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 있었다. 나의 경우 몸과 마음을 돌보려면 단순하게 생각해야하고, 가급적이면 감정의 늪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감정을 파고들어갈수록 우울해졌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파고 들어가는 것과 바라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바라보는 것은 인정하는 것이고, 파고 들어가는건 집착하는 것에 가깝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나라는 인간이 고작 2kg을 감량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몇 개월이다. 평생 쌓아오는데 몇십년이 걸렸는데, 당연히 몸에서 잘 안나가려고 하겠지. 바라보고 인정해야겠다. 그리고 내 몸에서 정해놓은 이 셋트 포인트를, 몸에서 보내는 마지막 몸부림의 뒷모습을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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