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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르 Apr 14. 2021

20210414 낯선 수다

수다를 통해 정체성을 확인하다



최근 눈썹문신을 했었는데, 어린이집에 같이 다녔던 아이 친구의 엄마가 자기도 눈썹 문신 해야한다며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했다. 회사 근처였어서 조금 멀긴하지만, 위치를 알려줬었는데 드디어 어제 다녀왔다고 했다. 내가 한 것처럼 예쁘게 참 잘되었다. 마음에 든다고 해서, 알려준 사람으로써 뿌듯한 일이었다. 이 엄마가 어제 카톡으로 오늘 아침에 시간되면 다른 엄마랑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 종종 셋이서는 커피를 마셨으므로 오늘 아침 아이를 유치원버스 태워보내고 아파트 단지 앞 커피점에서 옹기종기 수다를 떨었다.


이전에는 친구들끼리만 수다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학부모, 엄마가 되어 수다를 나누고 있다니, 매번 수다시간을 보낼 때마다 신기하다. 당신과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아이들끼리 그저 같은 유치원을 다닐 뿐인데 엄마들이 그것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것도 서로의 가정사를 열심히 까발리며 시댁 욕도 하면서. (그들에 비하면 나는 욕할만한 일은 별로 없어서 다행이다.) 평소에 서로 자주 안부를 주고 받는 사이도 아니고, 아이들이나 가족 얘기 빼면 나눌수 있는 화제가 많지도 않은데 종종 이렇게 모이는 이 사모임은 모일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세상을 살아가며 경험이 늘어갈수록 새로운 관계들이 생겨난다. 새로운 관계들 속에서 나는 나의 정체성을 새로 만들거나 수정하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오늘 나의 정체성은 엄마였다.

가끔 나에게 부여된 과제와 임무들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많지만, 오늘같은 모임이 있는 날이면 엄마라는 역할이 다들 나처럼 힘들구나. 모두 곤란한 점들이 있구나하는 마음에 조금의 위안을 받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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