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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르 Apr 15. 2021

20210415 커피를 마시며

내가 마시는 '커피'에 대하여


오늘도 검은색 액체는 조용하고 강력하게 온 몸의 세포를 두드린다.

아침에 커피가 없으면 무언가 정말 허전한 느낌이 들어 커피를 꼭 챙겨서 마시는 편이다. 특히 오늘처럼 약기운에 정신이 없는 날이면 더더욱 그렇다. 여행을 가든지, 출장을 가든지, 어디에서나 아침에 커피를 꼭 마셨다.


처음 커피를 마시던 날은 아마 고등학교 2학년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었던것 같다. 노란봉지의 맥심 커피믹스는 저녁 8시 이후 피곤한 뇌에게 활력을 불어넣었고, 그 기세로 10시, 11시까지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 커피가 가진 강력한 힘을 그때부터 믿게 되었다. 대학교 때에는 주로 아메리카노 봉지커피를 들고다니면서 텀블러나 종이컵에 타마시면서 돈을 아꼈다. 그러다 가끔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은 날이면, 학교 정문의 조그만 단골 커피집에 들러 2000원짜리 행복을 느끼곤 했다. 누군가 커피를 한 잔 사준다고 하면, 나는 그 사람에게 급격한 친밀감을 느낄 정도로 커피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이며 조금 각성된 상태의 텐션을 유지시켜주는 일종의 마약인 셈이다.


커피는 작은 투자로 삶에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사치품이다.

작은 투자와 사치품 간 문맥이 어긋나 보일 수도 있으나, 작은 투자는 시간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이고, 사치품이라는 것은 경제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한 때는 핸드드립의 매력에 빠져 아침 피곤한 와중에도 꿋꿋이 물을 데우고, 원두를 내려 한올 한올 커피를 내려서 마셨다. 핸드드립의 레시피나(물의 양, 온도) 원두의 상태에 따라 커피맛이 매번 달라지는데, 커피가 맛있는 날은 확실히 기분이 좋았다.


그러던 중 어머님이 드립커피 머신을 가져오셔서 한동안은 드립커피가 주는 편리함에 반해 한동안 커피머신을 사용해서 커피를 마셨다. 지금은 원두를 사지 않는데, 그 이유는 가성비 좋은 캡슐커피 머신을 집에 들였기 때문이다. 유명한 브랜드 제품을 살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한번 써보기나 하자 하는 마음으로 저렴한 것으로 샀는데, 생각보다 맛이 좋아 놀랐다. 머신의 장점이라하면 사용법이 간편하고 캡슐원두만 있으면 되어서 비몽사몽한 아침에 커피한 잔 내리기 딱 좋은 프로세스를 가진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캡슐원두는 1개에 약 600원. 바깥에서 커피를 사먹는 것에 비하면 초저렴한 수준이지만, 집에서 핸드드립으로 내려먹는 가격에 비해서는 약간은 가격 대가 있는 편인것 같다. 그리고 남편이 재택근무하는 날에는 산책할 겸 데이트 하는 기분낼 겸 바깥에서 커피를 사올 때도 있다. 이때는 주로 아메리카노가 아닌 라떼를 마시는 편이다. 왜인지 바깥에서 마시는 라떼의 맛은 집의 라떼보다 맛있게 느껴진다.

주말마다 유튜브로 커피에 대해 공부까지한 남편이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가 그렇게 달콤하듯 역시 남이 내려주는 커피가 최고다.


앞으로도 나는 기꺼이 커피의 노예가 되어 하루하루를 연명할 것 같다. 단, 위장이 상하면 빈 속에는 커피를 마실 수 없다. 항상은 아니지만 오늘처럼 빈속에 커피부터 충전하는 날이 있기 때문에,  단지 빈 속에 커피마실 수 있는 상태를 대비하기 위해 내 위장이 오래오래 건재했으면 좋겠다. 오늘도 커피를 마시고 화장실에 다녀오고 글을 쓰고 있으니 잠 기운이 훌쩍 달아나고 약간의 활력이 돋았다. 늘 아침 시간이 고비인데 오늘도 어찌저찌 커피와 글쓰기 덕분에 한 언덕을 넘은 것 같다. 커피에게 고맙다. 어떤 형태로 나에게 오든 나는 너를 떠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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