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르 Apr 13. 2021

20210413 비교하지 않아도 괜찮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마음가짐


오늘은 아이가 유독 오래 잔 날이다.

아이가 어제 저녁 10시조금넘어서 부터 자기 시작해 8시 반조금 넘어서 깼으니 10시간을 넘게 자고 일어났다. 아이는 평소 잠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 몰아서 자는 날도 있다. 나도 늦게 일어나는 아이 덕분에 신나게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일어나서 양치를 하고, 화장실을 나서려는데 아이가 일어나있었다.


항상 내가 먼저 일어나면 " 잤어?" 라고 물어봐주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는 "" 하고 대답해준다.  것도 아닌 소소하고 형식적인 인삿말인데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아침이 주는 평온함이 새삼 감사해진다.


늦게 일어났기 때문에 나물반찬에 밥 먹일 시간이 없었다. 빨리 먹을 수 있도록 무가당 요거트에 사파이어 포도를 톡톡 잘라서 넣어주고 아이가 요거트를 먹는 사이, 후다닥 누룽지를 끓였다. 요거트와 누룽지의 조합은 어색하지만, 아이는 이 두 개의 음식이 마음에 들었는지 한입씩 사이좋게 나눠먹고, 유치원에 갈 준비를 했다. 핀을 한참 가지고 놀더니, 머리에 꽂아줄까? 하니 됐단다. 머리에 핀 하나 꽂으면 참 예쁘겠다 생각만하면서 버스를 타러 나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른 친구들은 전부 머리에 화려한 색상의 핀을 꽂고 나와있었다. 게다가 아이가 나오자마자 한 친구가 달려나와서는 "내 머리봐라! 핀 꽂았다!" 하는 것이었다. 예쁜 파란색 리본이 정수리 부근에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엄마, 나도 핀 꽂고 싶어요."

"오늘은 핀을 엄마도 깜빡했네. 미안해. 대신 내일 두개 꽂자. 응?"

"싫어요. 핀...."


아이는 시무룩한 표정과 목소리로 핀을 꽂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우리 수예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핀을 꽂지 않아도, 우리 수예는 참 예쁘고 착한 아이야. 오늘은 핀 가지러갈 시간이 없으니까, 내일 핀 두개 꽂자. 어때?"


아이는 그 말을 들으며 조용히 나를 안고 있더니, 조용히 버스에 올라, 조용히 자리에 앉고 조용히 손을 흔들었다. 아이는 자신만 핀이 없어서 시무룩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핀이 없어도 너는 예쁜 아이라고 옆에서 이야기를 해주니 핀이 없는건 아쉽지만 핀이 없어도 괜찮다라고 생각 해준 것일까. 유치원에 안갈거라고 떼 쓸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오늘도 잘 가주었다.


남들은 있는데 나는 없는 것들이 있다.

똑같은 것이 있더라도, 남들 것이 더 빛나 보일 때도 있다. 저 사람이 갖고 있는 것이니 나도 갖고 싶은 것도 있다. 소유한다는 것 자체가 나를 말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남들과 비교하며. 그런데 가끔은 물건의 소유가 아니라, 나만의 개성을 소유하고, 그 개성을 소중히 여기면서 살고 싶다. 남들은 없는데 나만 있는 것을 발견하며 살고 싶다. 내 시선이 남의 물건이나 남의 마음을 향하는 삶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 곳곳 세심히 살피는 삶을 살고 싶다. 오늘도 어김없이 주어진 하루를 '오롯한 나 자신에 대한 긍정'으로 촘촘히 메꾸며 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10412 딸기철의 고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