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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Feb 09. 2019

일상, 11월

성수기의 시작. 아직은 버틸만한 시기.

11-12월은 업무의 성수기 of 성수기이다.

공기관, 공기관으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시민사회단체 등이 주된 클라이언트이다보니, 11-12월에는 일이 몰리고, 1-3월에는 일이 아예 없는 수준이다.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어야,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다.


그러한 핑계로, 11월에는 카메라를 들고나가는 일이 줄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작은 똑딱이 디카에 담긴 순간들이 있다.


서울, 불광동 | 18.11.01

혁신파크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 우리 결혼식이 진행된 공간이기도 해서 더 애정이 듬뿍.

저 나무 혹은 옆 나무에서 내가 짚라인을 타고 입장을 했었지 아마.

보통 비전화공방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간이 해 질 녘인데, 그때 이 공간 빛이 참 좋다. 

비전화공방 영상작업 중 가장 맘에 드는 장면. 같은 장소의 해 질 녘 풍경.



충남 홍성 가는 길 | 18.11.2

이전 직장에서 들어온 영상작업 때문에 충남 홍성에 내려갔다. 2주간의 농촌살이를 영상으로 담아야 하는데, 예산이나 작업일정상으론 2박 3일이 최대 촬영 가능 일정이었다. 그림이 충분히 나올지 확신이 없었고, 그럼 풍경이라도 충분히 담아 두자 하며 겸사겸사 드론을 구입했다. 거기에 혼자 가기 싫고, 교통도 애매해 인철이와 함께 가면서 인건비까지 챙겨주니 실제로 남는 돈은 없었다. 오히려 돈이 더 들어갔지. 물론 드론이 남았으니 손해는 아니었다.


몇 년 전 연습용 드론을 만진 이후, 첫 비행이었는데 요샌 기술이 좋아져서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다룰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편집을 하면서도 드론 덕을 크게 봤다. 

(영상 보기: https://vimeo.com/310961190)



서울, 제기동 | 18.11.16

일정 주기로 큰돈이 들어가는 일이 있다. 치과치료. 20대 초반에 금으로 때운 것들이 교체할 시기가 되었는지 작년부터 하나둘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여행 중에도 파리에서 하나가 빠지는 바람에 급하게 동선을 바꿔 부다페스트에 들르게 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다행인 건지 한 번에 몽땅 빠지는 게 아니라 하나 빠지고 몇 개월 후에 하나 빠지고 하는 식이라 경제적으로 큰 타격은 아니다. 그래도 1-2년 사이에 벌써 3-4개 해먹은 거 같은데, 이제 한동안은 안 가도 되겠지.

적지 않은 돈이 드는 치과치료인지라 믿을 수 있는 곳을 찾아가는데, 위치가 제기동이라 참 애매하다. 그래도 오가는 길에 평소에는 마주칠 일 없는 풍경들을 만날 수 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지.



서울, 망원동 우리집 | 18.11.17

바쁠 때의 거실 책상은 한상 저 상태. 진의 탈색도 한참 진행 중이던 시기였나.

그리고 다합의 왕자. 여행과 수중사진의 인싸 재곤 씨가 집에 왔다. 다합에서 총 2달간 함께 생활하고, 그 인연으로 아이슬란드 여행도 함께했다. 한국에서 지낼 곳을 찾기 전 한동안 집에 머물렀다. 요 몇 개월 사이에 수중사진 실력이 엄청나게 늘어 부러움을 자아내는. 프리다이빙 강사나 수중사진 촬영이 대박 나서 좋은 장소에 샵을 내고, 언제 놀러 가도 공짜로 프리다이빙 트레이닝을 시켜주면 좋겠다.



서울, 합정 | 18.11.22

합정에 있는 인철이 작업실 가던 중이었나. 메세나 앞 교차로에서 바라본 풍경.

구름이나 건물에 떨어지는 빛이 좋아 카메라를 들었는데, 상가 이름이 'LUCY'라 'Lucy in the sky'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서울, 불광 | 18.11.23

일이 바빠지면서 비전화공방에 촬영가는 시간도 줄었다. 11월부터는 제때제때 사진 보정도 못하고... 담당자인 친구 재은이 이래저래 많이 배려해줘서 다행이었다. 고마워. :-)

갈 때마다 항상 따뜻하게 인사를 나눠주는 제작자들, 이날은 김장하는 날이라 김치도 얻어왔다. 돌아가는 길에 공방에서 제작한 닭장에 모여든 아이들이 귀여워 카메라를 꺼냈다. 



서울, 망원동 우리 집 | 18.11.24

게스트룸에 장기간 머물고 있는 반야&야스민 커플. 비엔나에서 에어비앤비를 하고 있는 친구들인데, 반야는 망원동에 벌써 대여섯 번째 방문이라 나보다 동네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 야스민은 어머니가 한국분이라 한국어를 짱짱 잘한다. 에어비앤비 호스트 출신이라 그런지 매너도 너무 좋고, 대화도 잘 통해서 여태까지 집에 머문 친구들 중에 베스트 오브 베스트. 크리스마스까지 2달간 머물면서 좋은 시간을 참 많이 나눴다.

야스민의 요리 솜씨를 이때부터 알아챘었야 했는데. 메인 요리도 맛있었지만, 저 토마토 샐러드에 드레싱으로 사용한 오일이 엄청났다. 해바라기씨 오일인가, 비엔나에서 공수해온 오일인데 고소함이 역대급. 선물로 주고 오일은 하연이가 행복하게 사용 중.


서울, 망원동 우리집 | 18.11.25

범인이 흔적을 남기는 것처럼, 카메라에 셀카를 남긴 박진.

나는 편히 널브러져 있을 땐, 남들이 보기엔 이해할 수 없는 자세로 소파/침대와 물아일체 되는 경우가 많다. 저때는 물아일체가 되기엔 옷이 조금 불편해 어중된 자세로 빈둥거리는 중이었던 거 같다.



서울, 망원동 우리 집 | 18.11.28

홍성 촬영에서 빛을 발했던 드론은 집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심지어 구례 촬영에서는 내 멍청함 때문에 드론에 손을 베이기도 했는데, 그 이후로는 날린 적이 없다.

11월에 좋은 제안으로 제주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11월 말부터 6개월 정도 머물 수 있는 숙소가 생겼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한 조건(?)으로 제주도 출장을 가게 되었다. 서울에선 드론 날릴 일이 없을 거 같아서 이김에 드론을 챙겨갔다. 드론을 사용할 일은 없었지만, 드론 배터리는 보조배터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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