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날
"얘들아. 이제 집에 갈 시간이야."
아이들이 하나 둘 교실에서 나가는 모습을 본 뒤에야 선생님은 자기 자리에 앉아 길게 숨을 내뱉었을 거다. 누가보아도 선생님은 내향인 중 극내향인임이 분명해 보였고 앳되 보이는 얼굴이 나이를 대충 말해주었다.
교사가 되고 첫 학급을 맡았는데 하필 갓 태어난 초등학생 1학년이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을게다.
그런데 선생님! 저도 초딩 엄마는 처음인데요 ... ?
입학식이 끝날 무렵 교감선생님께서 마이크를 들고 말씀하셨다.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을 따라 학급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학부모님들은 강당에서 하교를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의자에 걸어둔 가방을 메고 조촘조촘 걸어 여긴가? 여기야?라는 표정으로 담임 선생님 앞에 선 아이들.
아이들이 한 줄 서기를 했다. 그리고는 오로지 믿을 데라곤 선생님밖에 없다는 듯 절대적인 표정을 지으며 드디어 처음 맞이하는 교실로 향했다. 아이를 향해 손을 크게 흔들며 엄마는 여기 있을게 입모양으로 인사를 한 뒤 내 시선은 출발 지점에 서 있는 선생님에서 멈췄다. 무슨 일 있으신가 싶게 너무나도 굳어 있는 얼굴이 융통성 없는 엄격한 인물로 비쳤지만 한편으로는 선생님 괜찮으신 걸까, 새로운 출발을 앞둔 내 아들보다 오히려 선생님이 걱정되었다. 그 커다란 강당에 혼자 덩그러니 서 계시는 것 같았다.
하교를 한 아이에게 물었다.
"선생님 어떠셨어?“
“응 친절했어!”
“우와 선생님 방긋 웃으신거야?”
“아니 ~~ 웃은 건 아닌데 … 뭐랄까. 행복해보이셨어”
“ㅎㅎㅎㅎ 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난 다 보여. 행복의 중간 정도? 그래 딱 중간 정도 행복해보였어.”
아이의 대답을 듣고 나니 내가 판단한 외면의 단순함이 부끄럽다.
웃는 얼굴이라고 해서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친절한지, 알 수가 없지. 때론 마냥 웃어 불편하고 안쓰러울 때가 많으니.
문득 씩씩하고 당돌했지만 사실은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깊었던 나의 스물다섯 살이 떠올랐다. 지금 선생님의 마음이 그때의 나와 같으려나. 퇴근을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담임 선생님의 모습이 그려졌다. 선생님은 웃고 계셨다.
1년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