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과 동화책의 차이
지향하는 그림책
ㅍㅏㅍㅏㅇㅑ(2020), 진청그림책을 만든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열이면 일곱여덟은 그림책을 동화책의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그럴 때마다 둘의 차이를 이야기하곤 하지만, 그림책과 동화책은 다른 용어라는 걸 업계 외의 사람들에겐 언제쯤 보편적으로 알려질까 하는 한숨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림책과 동화책은 엄연히 다르다. 굳이 따지자면 그림책 안에 동화책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동화책은 단어에 아이 동(童)자가 들어있듯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전적으로 어린이 독자를 위한 책이다. 또한, 그렇지 않은 책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교육적인 요소가 있다.
한편, 그림책은 동화책을 포함하는 개념이면서, 시각적 요소를 강조한 책을 아우르는 용어다. 어린이가 아닌 어른을 독자로 한 그림책일 수도 있고, 글이 없고 그림으로만 이뤄진 그림책일 수도 있으며, 수제로 만들어진 아트북일 수도 있다.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이전에 본 그림책 중 하나는 부부가 식칼을 들고 대판 싸우는 것이 주된 줄거리였다. 이런 그림책은 전적으로 어른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책이다.
애니메이션도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 내용이 어렵거나 잔혹성/선정성이 있어 어른을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으로 나뉘는 것처럼 그림책도 마찬가지다.
내가 지향하는 그림책은 연령대와 상관없이 소장할 가치가 있는 그림책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책이든, 어른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든,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멋지게 짜인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
그림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림책이 소장하고 휴대할 수 있는 예술이라는 것이다. 합리적인 가격과 용이한 접근성에, 굳이 미술관이나 전시에 가지 않아도 집 안에서 그림책을 보고 있으면 내 손안에 그림을 들고 얼마든지 펼쳐 볼 수 있다.
내가 판형이 큰 그림책을 선호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 비롯한다. 세로가 40cm 정도 되는 그림책을 손에 들고 읽다 보면 시야가 그림으로만 가득 차서 마치 그림책 속의 세계로 입수해 들어간 것만 같다.
단순히 한 번 읽고 책장에 들어가는 책이 아니라, 벽에 그림액자를 걸듯이 가지고 있는 이의 삶의 공간과 마음의 공간을 바꿀 수 있는, 계속 계속 펼쳐보고 싶은, 콜렉티블 작품 같은 그림책들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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