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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청 Oct 24. 2020

색'편애'에서 색'박애'로

색 취향 연대기 

still life drawing (2020), 진청 

시간의 흐름에 따라 취향이 변하는 것을 보면, 모르는 새에 스스로의 어떤 면들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스레 느껴져 신기하고 흥미롭다.


어렸을 때는 절대 먹지 않다가 크면서 좋아하게 된 음식 중에 토마토가 있다. 토마토를 좋아하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는데, 요새는 장을 보면 늘 장바구니에 있을 정도로 냉장고 터줏대감이 되어버렸다. 

옷 취향도 많이 변한 것을 새삼 느낀다. 장식이나 패턴이 많은 옷만 사던 내가 요새는 무지의 옷만 찾는다.


그렇지만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취향의 변화 중 하나는 그림 그릴 때 색 쓰는 취향의 변화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나는 노란색과 갈색 계열을 절대 쓰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색 편애'가 심했다. 물감 세트를 사면 빨간색, 파란색, 흰색은 재구매를 종종 해야 할 정도로 닳는 속도가 빨랐는데, 노란색과 갈색은 새 것처럼 그대로였다.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자주 쓰는 빨강, 파랑 계열도 무조건 흰색이나 회색을 섞어 톤 다운시킨 색만 썼다. 그래서 예전 그림들을 보면 대부분의 그림의 지배적인 색은 연보라, 연하늘, 연두 등의 부드러운 색이다.


노란색이나 갈색을 쓰면 큰일 날 것처럼 굴던 내가 신기하게도 요새 자주 쓰는 색 중 하나가 노란색과 갈색이다. 얼마 전에 노란색 물감을 대용량으로 새로 구매했고, 갈색 물감 튜브는 점점 홀쭉해지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부드러운 색들을 지배적으로 쓰긴 하지만, 예전 그림과 비교했을 때 강한 색들을 훨씬 많이 사용한다. 비슷한 계열의 색들만 사용하던 과거와 비교해, 보색을 좀 더 과감하게 쓰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많은 색들을 그림 속으로 가져오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색에 대한 '편애'가 심했다고 하면, 요즘은 색에 대한 '박애'가 생긴 것 마냥, 정말 모든 색이 예뻐 보인다.


내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어가 가끔씩 몇 년 전 게시물까지 스크롤을 내려보면 과거 그림과 현재 그림의 색 차이가 선명해 스스로도 신기하다. 의도한 것이 아닌데 자연스럽게 취향이 변했고, 변한 취향이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앞으로도 취향의 변곡점은 수없이 많겠지. 몇십 년 뒤 나의 아카이브가 훨씬 더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그때 한 번 나의 색의 연대기를 만들어보는 일도 재밌을 것 같다. 



인스타그램: @byjeanc

https://www.instagram.com/byjea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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