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퇴사를 하고 싶다

있잖아, 워라밸은 유니콘 같은 거야.

by 제이
“출근하기 싫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내뱉는 한마디. 요즈음엔 이 뒤에 ‘퇴사하고 싶다’가 절로 따라붙고는 한다. 여기서 웃긴 점은 몸은 착실하게 출근 준비를 하고 있단 점이겠지. 눈에 띄는 이력이 없던 내가 지금껏 염원하던 업계의 작은 회사에 취직을 한지 어느새 1년 하고도 반. 미칠 듯이 바쁘고 괴롭던 작년 연말부터 마음속 깊숙한 곳에 뿌리를 내린 퇴사 욕구는 오늘도 내게 '결코 퇴사'를 외치게 만든다. 제발 퇴사! 결코 퇴사!


coffee-1276778_1280.jpg 정말 퇴사하고 싶다.... 그만두고 싶다.... 아니 지금 집인데 집에 가고 싶다......... (ⓒPixabay)


제발 정시에 보내줘요

정시퇴근, 단어 하나만으로도 정말 세상 소중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시퇴근을 꿈꾼다. 어쩌면 어떤 사람은 정시보다 조금 더 일찍 나갈 수 있는 칼퇴를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돈은 많이 받고 퇴근은 정시에 하고 싶다’는 것이 직장인 본연의 욕구가 아니겠는가. 물론 오늘도 나는 제때 퇴근하긴 글렀다. 괴롭다.


취직처를 찾아 워크넷이나 잡코리아를 전전하던 시절부터 줄곧 일과 나의 삶의 균형, ‘워라밸’을 챙겨주는 회사를 꿈꿔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내가 지금껏 회사에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러한 삶은 내가 지금 당장 사무실을 뛰쳐나갔더니, 유니콘과 부딪쳐 교통사고를 일으킬 확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 아주 희박하거나 말도 안 된다는 소리다. 특히나 지역의 작은 회사라면 더욱 그런 법이다.


머리로는 알지만 이 모든 것이 직원의 입장에선 억울하고 힘든 것도 사실이다. 땅이 꺼져라 내뱉는 한숨처럼 쌓이는 퇴사욕이 오늘도 하나, 둘. 여기서 말하는 퇴사욕은 내가 회사에게 보내는 여러 욕과 퇴사하고 싶은 욕구, 그 둘 모두를 칭하니 알아두자.



워라밸 플리즈! 도비 이즈 프리!

요즘 같은 세상에 ‘워라밸’을 따지지 않는 직장인이 있을까. 하하, 아니 절대로 아닐걸. 평생직장이 당연하고 장기근속이 당연한 과거와는 여러모로 세대가 다르다. 적어도 내 주변엔 워라밸을 신경 쓰지 않는 회사원은 없다. 친구들이 모여있는 단톡 방을 당장 살펴봐도 다들 칼퇴할 틈만 엿보고 있는 게 훤히 보인다. 인간은 흔히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하지만,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소중한 법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주 절실히.


“도비는 자유예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유명 판타지 소설, J. K. 롤링이 쓴 <해리포터>에서 ‘도비’라는 이름의 집요정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그 집요정 친구는 양말이나 옷가지를 주면 주인과의 계약에서 풀려나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 뭐, 자세한 설정은 조금 다를 수 있긴 한데 아무튼 내 기억에는 그랬던 것 같다. 회사의 노예라고 하는 직장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나도 즉시 그렇게 자유를 찾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월급을 입금 받는 순간 자유가 되는 것이다. 너무 행복할텐데. 아, 정말 퇴사하고 싶다.


pug-5647847_1280.jpg 다른 회사에 취직하게 되면 정시퇴근 가능한 회사, 워라밸을 지켜주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그런 바람이 있다...유니콘 같을 건 알지만... (ⓒPixabay)


회사가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

산더미 같은 업무량이 날 짓누른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직책이 하나 오르고 나서부터는 그 업무량이 더욱 박차를 가했다. A라는 일을 하는 중에 갑자기 B가 주어지고, 갑자기 C가 주어지고, 그리고 또 D가 주어진다. 덧붙여 그 각기 다른 일들의 ‘담당자’ 자리에 앉혀진 탓에 당혹스러움이 더해진다. 이제 막 업계에 발을 내디딘 신입에겐 정말이지 부담스럽고 무겁다. 상사가 내 얼굴을 보며 손을 흔든다. ‘제이씨, 파이팅’이라고 웃는 상사의 얼굴이 얄밉다. 속으로는 이미 드라마틱하게 김치 싸대기를 수십 번 날리고도 남았다.


“일단 그냥 해봐!”


대표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아니, 정말 진심인가요? 앞서 말했듯이 나는 특별한 이력이 없다. 그러다가 지금껏 염원하던 업계에 이번에 처음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업무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내가 회사에 입사했을 때 내게 일을 세세히 알려줄 사수님 조차 없었다. 정말 당혹스럽게도 정말 말 그대로 그냥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형태의 일이 매번 반복되니 이젠 정말 지쳐가기 시작했다. 퇴사를 염원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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