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은 어렵지, 그러니까 고민하는 거야.
“집에 가고 싶다…….”
오늘도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서 속으로 그렇게 투덜대고 있다. 왜 내 몸은 이렇게 시간 딱딱 지켜 성실하게 출근을 하고 있는지 정말 도저히 모르겠다. 부모님께서도 늘 내게 말씀하셨듯이 남의 돈 번다는 것이 참 쉬운 일이 아니다. 돈이 문제지, 돈이 문제야. 땅이 꺼져라 내뱉는 한숨 속에 다시 또 퇴사하고 싶은 욕구가 묻어 나온다. 진짜 집에 가고 싶다. 퇴사하고 싶어.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 회사원들이라면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있다. 퇴근과 퇴사, 이 얼마나 아름다운 울림을 가진 단어인지. 내 생애 가장 아름답게 들리는 단어를 꼽는다면 아마 현금과 월급일 테지만서도.
로또 당첨되면 좋겠다.
자주 사는 편은 아니지만, 문득 길가다가 로또나 연금복권을 판다는 간판을 보면 홀린 듯이 사고는 한다. 1등에 당첨되면 무엇을 할까, 당첨돼서 돈이 생기면 무엇을 할까.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연금복권이나 로또는 안되더라도, 즉석복권으로 5억에만 당첨돼도 정말 행복할 텐데. 물론 현실은 유감스럽게도 매정하기 짝이 없다. 어째 자동으로 돌린 로또 번호가 다 연달아 붙어있다. 10,11,12… 괜히 샀나, 하고 잠깐 후회가 든다. 그래도 이 돈은 다 근로복지기금으로 활용된다고 했던 것 같으니 얼마 안 되는 적은 돈이나마 기부를 했다고 생각하면 나쁘진 않다.
이쯤 되면 카페인이 나고, 내가 카페인이 아닐까.
한 손엔 박카스병, 다른 한 손엔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한잔. 요즘 카페인을 평상시보다 더 입에 달고 살았더니 이젠 내 몸을 바늘로 찌르면 카페인이 줄줄 흐를 거 같다. 나름대로 카페인을 줄이겠다고 발버둥 치는 느낌으로 택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지만, 사무실에 있다 보면 결과적으로 또 커피를 마시게 된다. 친한 친구들이 카페인을 좀 줄여보는 것은 어떻냐고 은근히 말을 건네지만, 사실 회사에 있으면서 카페인을 마시지 않고 버티기엔 여러모로 너무 힘들다. 졸음이나 피곤에서 깨어나기 위함도 있지만, 흡연자가 때때로 바깥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고 오는 것과 같은 이치로 나도 커피 한잔의 여유로 어떻게든 한숨 돌릴 시간을 갖고 싶다는 이유도 있는 것이다. 어째 이렇게 이야기하니 카페인 중독자의 변명같이 들리기는 한다만, 누구든 원래 이런 짬이 필요한 법이다! 아니, 휴식은 중요하다고요!
커피의 쓴맛과 인생에 대한 짧은 고찰
옛날엔 블랙커피,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지 않았다. 달콤한 캐러멜 마끼아또라든지, 크림과 초코시럽이 얹어져 있는 초코 모카 같은 단것만 찾아 마시는 사람이었던 내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쓰디쓴 블랙커피만 홀짝이고 있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지. 문득 커피의 쓴맛이 인생의 쓴맛과 비슷하다더라고 이야기하던 친구가 떠올랐다. 시간이 흘러 입맛이 조금씩 변하는 것은 점차 내가 인생의 쓴맛을 알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그 맛을 오래 머금게 되는 것은 인생의 쓴맛보다 커피의 쓴맛이 더욱 달게 느껴지기 때문은 아닐까. 어쩌면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괜찮아, 다들 그래.
직장을 다니는 사회인이 지금껏 오래 다녀왔던 회사에서 퇴사를 결심하기까진 수십 번의 고민과 고뇌와 현실적인 여러 상황들이 겹쳐져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당장 금전적인 부분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고, 경력을 따지는 업계에 속해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지금 퇴사를 한다면 과연 현재의 경력으로서 과연 충분할 지를 고려할 수도 있다. 늘 시소처럼 이쪽저쪽으로 욕구가 기운다. 지금은 말하자면 퇴사를 하고 싶은 절실한 충동은 있지만 이성의 경계선에 서서 멈춰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우리는 늘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아, 퇴사하고 싶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