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직장인

그러나 나는 어른이 되어 퇴사를 울부짖고 있다.

by 제이



내가 있을 곳을 찾아서 방황하는 나날.

누구나 그랬겠지만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소릴 듣던 학창시절엔 직장을 다니는 어른들의 프로페셔널함이 참 멋져보였더랬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어른’이라는 위치가 되고, 어느덧 내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지금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한명의 직장인이 되어 그 프로페셔널함의 뒤에서(정확히는 그런 척하는 어른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겠지만.) 퇴사를 하고 싶다 울부짖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당신은 아직도 유명한 모카페의 바리스타 일을 계속하고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하하, 나는 결국 직장을 또 다시 옮겼다. 또? 그래, 또다.


자존감은 이미 바닥이고 서비스직과 나는 전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주구장창 반복하면서도 참 우습게도 내가 새롭게 옮긴 직장은 서비스 업계의 지옥이라 불리는 곳 중 하나다. 그게 대체 어디냐고? 어느 유명기업의 인바운드 콜센터…… 즉 고객센터다.


긴 교육기간과 더불어 본격적인 OJT를 시작하는 첫날부터 나는 덜덜 떨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실수로 이어졌다. 지금도 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처음에는 더욱 심각했다. 이래도 되나, 이렇게 해야하는 건가. 뭐라고 대답해야하고 여기서 뭘 확인해야하지. 난생 처음 접하는 전산 프로그램도 너무 복잡했다. 그러나 매번 더듬거리며 말하고 허둥대며 대응하면서도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일에 조금씩 임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오래 다니고 싶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있었다. 물론 그 마음가짐도 오래가지 않았지만.


make-a-phone-call-5300447_640.jpg 두려움밖에 없었던 첫 콜 (ⓒpixabay)


왜 거기에 간 거야? ……어, 그러게.

하필이면 왜 그곳에 가게 되었느냐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많은 질문을 받았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미뤄봐선 분명 엄청 힘들 것이 분명하고 쉽게 상처받는 너에겐 잘 안맞을 것 같단 소리도 자주 들었다. 글쎄, 우선 큰 장벽없이 부담없이 지원할 수 있으며, 직접적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현장직이 아니라 사무직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이는 직업이라는 장점이 가장 컸다. 9시에서 18시까지 근무, 공휴일이나 주말은 푹 쉴 수있고. 그리고 집과의 거리가 멀지 않다는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면접을 보며 내가 내세운 지원동기는 이전 업무들을 통하여 배운 서비스업에 대한 흥미……같은 것이었으나 어쨌거나 진짜 이유는 그랬다는 것이다. 업무의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평균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하지 않느냐고? 내가 지금껏 다른 직장을 전전하며 받아왔던 월급 또한 최저의 선에서 오르락 내리락하던지라, 사실상 급여에 대한 꿈이라고 해야할지 그에 대한 환상같은 것은 곱게 접어서 밀어둔지 오래다. 즉 나는 금액적인 부분은 애초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에 와선 좀더 꼼꼼하게 알아보고 신중했어야 했나하고 여러모로 후회하는 마음이 강하다. 정말 왜 그랬을까. 바리스타로 취직을 했을 당시, 그리고 이번에 또 새로운 직장으로 갔다고 했을 때 힘내보라고 응원해준 가족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리하여 나, 다시 수습.

지금 고객센터를 다닌지 약 3개월이 다되어 가고 있는 시점이다. 정확히 날짜를 헤아린다면 2개월 반이 넘었나. 허나 여기서도 이전의 신입 바리스타 당시의 정신적 고통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매번 반복되는 크고 작은 실수는 물론이고, 명확하게 전달해야할 부분마저 자꾸 빠트리는 탓에 다시 고객에게 안내드린다며 전화를 걸기 수차례. 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안내를 하지 못하고 또 실수를 하고 있는 판이니…… 결국 자신의 탓이고 내 실수이니 변명마저 할 수가 없었다. 내 나름대로 실수를 하지 않도록 천천히 되짚어가며 살펴보다보면 또 너무 오래 걸리고 실적이 제일 낮다며 그 부분을 윗선에서 계속 지적받고는 했다.

왜 이런 실수를 했느냐고 되묻고 다그치는 말에 힘겹게 대꾸하면 왜 매번 우물쭈물하고 명확하게 대답하지 않느냐며 짜증섞인 어투로 혼이 났다. 거기에 더해 다른 동기들과 이렇게 차이가 나선 안된다며 혼이 날적이면 깊은 우울감이 가슴에 드리웠다.


코앞까지 빠르게 찾아오는 퇴사의 길.

함께 일하는 동기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이번주까지, 혹은 수습기간을 마치고 퇴사를 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건넸다. 처음엔 가능하다면 오래, 그리고 길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난 이 일에 더 적응을 못했고 업무적인 부분은 정말 엉망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내가 이 이상 뭘 해야할까. 앞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여기서도 안돼, 저기서도 안돼. 어느 직장에 들어가든 이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아닐까. 점점 안 좋은 방향으로 또 생각이 기울기 시작했다.


여기를 나서면 이젠 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직장에 취직을 하여 오래 근무한다는 과정 자체가 정말 하늘의 별따기처럼 느껴지고 그저 괴로움과 가족들을 향한 미안함만 쌓인다. 그 기대를 배신하는 내가 너무 멍청한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직장을 다니고 있는 걸까. 열받지만 그저 오래 버티기? 그래, 어른이라면 그리고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겠지. 의지박약인 스스로를 돌아보며 더욱 자괴감에 젖었다. 누군가 날 취직 시켜주었으면 좋겠다는 쓸데없는 희망을 꿈꾸기도 하고, 로또에 대한 열망이 불쑥 들었다가 사그라들기도 한다. 다시금 취업사이트를 뒤적이면서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무엇이 나한테 좋은 길이었을까. 어떤 일이 나한테 맞는 것일까. 종일 고민이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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