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고통… 아니, 새롭고 험난한 노동의 연속이다.
※ 우울하고 눅눅한 내용의 사고가 묻어나는 글이니 아래의 글을 열람 하시기 전에 충분히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안녕, 퇴사했니? 아니.”
퇴사, 그리고 새로운 시작.
나는 그간 2년 정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작가 생활을 이어가다가, 결국 길고 긴 백수 생활을 접고 새로운 직장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전혀 다른 방향의 직장으로. 그게 어떤 곳이냐고? 수많은 음료와 매달 새로운 프로모션과 다양한 이벤트와 셀수없이 많은 결제 수단을 자랑하는 어느 프랜차이즈 카페라면 알기 쉬울까.
어쩌다가 기획편집 일이라는 사무직을 하던 사람이 여기까지 흘러오게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일을 쉬는 동안 학원에 등록하여 따게 된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이 계기로 강한 흥미가 생겼다고 밖에는 달리 적절한 표현이 없다. 평상시에도 카페인 중독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만큼 커피를 좋아하기도 했으니 개인적으로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옮겨간 관심사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전부터 현직 바리스타로 있는 주변 지인들에게 듣던 것이 있어, 힘들 것임을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내가 그것들을 몸소 경험하는 것과 이야기로서 아는 것은 확실히 천지차이였다.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라는 흔한 클리셰 문구로 시작하게 되었다고 봐도 좋을 이 새로운 ‘업무’는 지금의 나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퇴사에 대한 강렬한 고민과 갈망을 더불어서.
신입 바리스타(4주차)는 모든 것이 버겁다.
신입 바리스타의 수습기간은 3개월 가량. 나는 이제 겨우 한달 무렵이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매장에서 선임들에게 배운 것을 제대로 다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모로 새롭게 배우고 공부하고 외워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아, 매일같이 실수하고 빼먹고 혼나고 또 혼나는 일이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 속된 말로 폐급이라 불리는 위치의 신입이 바로 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점차 거듭된다. 쌓이고 쌓여 까맣게 물든다. 점차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끼고 지쳐가고 있다. 입사 직전까지만해도 열심히 공부하면서 배우고, 나아가 진급까지 노려보겠다고 다짐했는데, 지금의 나와는 너무나 상반된 생각이었다.
집에 와서 업무를 리마인딩 해보려고 수첩에 옮겨적기도 하고, 공부하라며 나눠준 관련 자료를 열심히 보기도 하고, 업무 교육용 앱이나 그날의 공지사항 같은 것을 조금씩 훑으며 이해하려고 애쓰기도 하고…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그 모든 것을 익히질 못하고 있다. 어리숙하고 멍청하고 여전히 못난 수습이다. 이제 한달인데, 한달이나 되었는데.
이 우울을 어떻게든 하고 싶어서 작게 하소연하면… 내 친구들은 말한다, 너는 겨우 한달째인 신입이라고. 너는 이 일이 처음이니 적응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고. 그들의 말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자신에 대한 우울함과 자책, 분노가 쌓인다.
매번 똑같은 지점에서 다시 실수하고 다시 질문하는 것에 우리 매장의 선임들은 벌써부터 내가 퍽 질린 기색이다. 매장에 왔던 첫날 빼고는 늘 혼나는 일 뿐이니 업무에 대해 내가 느끼는 것은 온전한 보람이나 성취감이 아닌, 까마득한 두려움과 불안 뿐이다.
이곳은 학교가 아니라 회사이고, 바쁜 곳이니만큼 아무도 내 작은 성공에 칭찬해주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 매일같이 피드백과 혼나는 일을 반복하여 받는 상황 속에 그러한 소소한 기쁨조차 없으니 날이 갈 수록 모든 것이 참 버겁다는 마음이 커진다. 그나마 내가 지금 안 잘리는 이유라 함은 우리 매장이 워낙 바쁜 곳이고, 당장 인력 부족을 겪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결과적으로 나는 점점 주눅이 들고, 그들에게 질문을 하는 것을 조금씩 머뭇거리고 주저하게 되었다. 매장에 있는 선임들끼리 소소하게 별것 아닌 잡담을 떠들때면 거기에 낄 수 없는 자신에 대한 강한 소외감도 느낀다. 같은 시기에 들어온 입사동기는 관련 경력이 있는 분이라선지 무척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왜이리 어렵고 바보 같을까.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을 하지만, 일하는 내내 말을 꺼내기도 얼굴을 제대로 들기도 힘들다.
그저 줄타기를 하며 버티고 있는 기분.
CS라고 불리우는 기본 업무의 기초 영역이라면 어느 정도 간신히 수행할 수 있게 된 지금. 다음의 문제는 POS기.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카운터, 계산대 앞이 되었다. 그 앞에 서게 될 때면 머리와 몸이 굳는다. 분명 어제 어떻게 결제하고 넘기면 되는지 배웠는데, 하루 사이에 또 잊어버려서 그에 관해 질문하자마자 혼이 났다.
“내 말, 제대로 듣고 있는 거죠?”
나를 가르치던 이가 나에게 되물은 한마디였다. 짜증과 화가 잔뜩 묻어나는 그 한마디가 나에게는 천둥처럼 들렸다. 하루, 이틀, 그래도 오늘은 조금이나마 실수를 덜하자며 꾸역꾸역 마음먹었던 것이 또 무너졌다. 내 자신이 그냥 싫었다. 이것도 못하나? 이것도 집중을 못하나? 이걸 못알아듣나? 울컥하고 울 것 같은 것을 참고 더듬대며 듣고있다며 대답했다. 분명 귀가 안 좋은 것도 아닌데, 고객의 말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하고 실수를 반복하니… 주의력과 집중력 부족을 또 다시 지적받았다. 내 자존감은 바닥을 넘어 나락에 가까운 상태였다.
똑같은 실수가 또 다시 반복되고, 반복되고… 나는 이쪽에 적성이 맞지 않는 것이 아닐까? 지금이라도 퇴사 면담을 말씀드리고 새로운 길을 생각해봐야 할까? 아, 수습 기간이 끝나면 바로 퇴사하겠다고 말씀드려야할까. 그런 눅눅한 자문자답이 자꾸 이어진다. 그래, 지금도 계속.
악몽을 꾸었던 날.
이어지는 힘겨운 나날들 중, 단비같이 찾아든 휴무. 오늘은 걱정없이 푹 잘 수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업무를 하다가 크나큰 실수를 하는 악몽을 꾸고 새벽 3시에 눈이 떠졌다. 정말 끔찍했다.
눈을 뜨고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갓 태어난 아기사슴마냥 어기적거리며 힘겹게 내딛은 다리와 퉁퉁 부은 발목, 손가락을 굽힐 때마다 욱신거리는 관절과 손목은 지끈거리는 아픔을 만들어냈다. 결국 새벽에 이불 위에서 정신을 못차리고 한참 웅크리고 있었다.
“……퇴사하고 싶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퇴사 후기를 찾아보는 나.
정신을 차리고 보면 요즘 틈틈히 인터넷에서 <수습 퇴사 후기>, <수습 퇴사>, <수습 해고통지>…같은 것을 검색하고 있다. 스트레스도 그렇지만 내 스스로에 대한 불안이 극에 달한 것이다. 적응을 못한다거나, 일을 못하면 3개월 수습기간이 되기도 전에 수습 계약해지 통보를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길 들어서 그렇게 되진 않을까 걱정 반 기대 반이라는 느낌이다. 이런 걸 찾아볼 시간에 업무에 대해 공부하는 게 우선일텐데,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그냥 헛웃음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