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진짜 퇴사하고 싶은 것을 어쩌겠어.
“죽었으면 좋겠다…….”
놀라지 마시라. 죽었으면 한다는 말의 주체는 오로지 ‘회사’이고, 이것은 그저 회사를 향한 깊은 분노를 드러내는 한마디일 뿐이니. 일을 하다가 갑자기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회사가 불탔으면 좋겠다(다만 인명피해는 없어야 한다)든가 회사가 폭발해버려서 일을 못하게 되었으면 좋겠다(이것도 마찬가지로 인명피해는 없어야 한다)고 투덜대는 것과 비슷한 맥락의 말이다. 회사 차원에서 문제가 생기면 분명 퇴사도 쉬울 테지. 아, 또 퇴사하고 싶단 뜻이냐고? 네, 제법 그런 편이네요…….
퇴사, 퇴사, 칼퇴, 퇴사, 퇴사
지난 주말의 일이다. 이젠 에세이라고 해야 할지 푸념하는 일기장인지 모를 내 브런치를 슬쩍 친구 하나에게 보여줬다. 흔쾌히 읽어보겠다며 대답한 친구는 창피하리만치 적나라한 내 글들을 찬찬히 읽어가며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다 퇴사, 퇴사, 칼퇴, 퇴사 이야기야.”
제목만 보아도 그렇긴 했다. 분명 맨 처음엔 인상 깊었던 일이나 개인적인 감상을 정리하는 그런 일상 에세이를 써 볼까 했었는데, 어째 날이 갈수록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일=퇴사 욕구’를 듬뿍 담아둔 글들이 하나씩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회사나 업무에 관한 투덜거림만 유난히 늘어가는 것은 내가 자주 오가는 곳이 회사와 집뿐인 탓도 있으리라.
그럼 뭔가 다른 이야기를 써보는 게 좋을까. 트렌드에 맞는 일상 에세이를 쓰는 것이 맞는가. 조심스레 다른 이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그런 것들도 좋지만, 지금 당장 네가 쓰고 싶은 걸 마음 편하게 쓰는 게 제일 중요하지. 괜찮으니까 걱정 말고 더 써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누군가가 그리 말해주었으면 하고 바랐던 한마디였다. 내심 듣고 싶었던 상냥한 위로와 응원의 말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듣는 순간이란, 정말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행복과 기쁨 그 자체다.
그래서 앞으로도 퇴사하고 싶단 글만 쓸 거냐고? 음, 적어도 당분간은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그렇지만 진짜 퇴사하고 싶은 것을 어쩌겠어.
오늘은 커피를 마시지 말아야지.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아, 오늘이야말로 커피를 줄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큰 맘먹고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를 봉인해둔 채 차만 홀짝이고 있다. 그래 봤자 지금 마시고 있는 차도 피치우롱차라서 사실 카페인 함유량은 그대로인 것도 같다. 아니, 오히려 더 높은 게 아닌가.
생각에 빠져있자니 때마침 사무실에서 은은히 퍼지는 누군가의 커피 향이 마스크 너머로 스민다. 어렴풋한 그 커피 향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커피를 타 마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냐, 그래도 줄여야지. 마시지 말아야지. 꾹 참고 굳게 다짐하려는데, 하루에 3잔씩 마시는 걸 2잔씩으로만 줄여도 대단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슬쩍 제 정수리를 들이댄다. 저리 가, 잠깐 비켜봐.
저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나온다. 지진 난 것처럼 떨리는 동공, 마음은 이미 한쪽에 기우는 것으로 모자라 자리에 드러누운 것이나 다름없다. 아니, 들어봐. 그래도 하루에 딱 한잔, 한잔이면 괜찮지 않을까. 이미 내 눈은 정수기 근처의 인스턴트커피 상자를 유심히 보고 있다. 안된다며 선 긋고 애써 포기하려니 머릿속에는 또 커피 생각만 자꾸 들고! 이게 카페인 중독의 초기 증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버지께서 담배를 못 끊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래, 결정했다. 점심시간 때 딱 한잔만 마셔야지. 정말로 딱 한잔만!
P.S.
결국엔 점심시간에 커피를 대신한다고 밀크티를 사마셨다. 달고 맛있었다. 이것도 결국 베이스는 홍차니까, 카페인이…… 아냐, 그래도 오늘은 정말 딱 한잔이다. 사실 우롱차도 마신 것을 생각하면 정말 부질없는 일일 테지만 그래도 커피를 마시지 않았단 것에는 의의를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