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하게
머리에 굵은 띠 두르고 출발지점에 섰다.
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와 결심으로
10km를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뛰었는데
“우회하십시오”
‘이크 길을 잘못 들었구나’
괜찮아 힘내자!
우회해서 10km를 헉헉대며 걷고 있는데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우회하십시오”
‘내가 괜히 길치겠어? 아직 해는 중천이네 어쩌겠어 가라는 데로 가야지’
다시 우회해서 쥐가 난 다리를 질질 끌고 걷는데
“우회하십시오”
‘아 진짜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그냥 집으로 가서 확 잠이나 잘까?’
‘아냐 아냐 조금만 더 가면 나올지도 몰라 벌써 이만큼 왔잖아’
땀에 젖은 머리띠 다시 꽉 졸라매고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 아자아자! 기운 내!'
다시 열심히 뛰어가려는 찰나
내가 새벽녘에 섰던 그 출발점이
굳건하게 서서 나를 비웃고 있다.
글쓰기는 너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