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여기 있었구나.
미안해 잊고 있었어.
자주 나를 잃어버린다.
차들이 왕왕거리며 쌩쌩 달리는 도로 위에서
파 한 단 사러 간 마트에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던 커피숍에서도
종종 나를 놓고 온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내 휴대폰 어디 뒀지 하고 찾는 것처럼
나를 세워두고
또 나를 찾는다.
여행에서 돌아와
치약을 냉장고 속 와사비옆에 나란히 두고
한 달 만에 찾은 것처럼
종종 잊어버리고도
때론 찾을 생각도 안 한 채로.
잃어버린 물건을
아무 거리낌 없이 새것으로 교체하듯
나를 그곳에 두고 온 채로
나를 대체할 만한 것을 찾는다.
영하 11도의 추위에
입김마저 얼어버리는 추위 속에
나를 어디에 두고 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때면
차라리 속 편하게 두 다리 뻗고 고요히 잠이 든다.
나를 잊는 시간이
나를 생각하는 시간보다
길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