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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Dec 17. 2020

잃어버린 나

너 여기 있었구나.

미안해 잊고 있었어.    

 

자주 나를 잃어버린다.

차들이 왕왕거리며 쌩쌩 달리는 도로 위에서

파 한 단 사러 간 마트에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던 커피숍에서도

종종 나를 놓고 온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내 휴대폰 어디 뒀지 하고 찾는 것처럼     

나를 세워두고

또 나를 찾는다.  

    

여행에서 돌아와

치약을 냉장고 와사비옆에 나란히 두고

한 달 만에 찾은 것처럼     

종종 잊어버리고도

때론 찾을 생각도 안 한 채로.   

  

잃어버린 물건을

아무 거리낌 없이 새것으로 교체하듯      

나를 그곳에 두고 온 채로

나를 대체할 만한 것을 찾는다.  

    

영하 11도의 추위에

입김마저 얼어버리는 추위 속에

나를 어디에 두고 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때면

차라리 속 편하게 두 다리 뻗고 고요히 잠이 든다.      


나를 잊는 시간이

나를 생각하는 시간보다

길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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