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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ul 31. 2020

달처럼 둥근 삶

회색의 삶

“달처럼 둥근 삶이면 좋을 것 같아. 가끔 부딪쳐 생긴 상처들도 달이라서 달에는 당연히 있는 거라고 여겨질 것 같거든. 그리고 굳이 매우려 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이 들었어. 덤덤히 받아들이는 삶. 인간이기에 상처를 받을 수도 줄 수도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삶. 단지 그 간극을 배려라는 이름으로 서로 지켜주는 삶. 지금은 아주 작은 상처에도 뭐라도 어떤 식으로라도 보상을 받고 싶은 것 같아서.”      


“회색의 달이 마음에 들어. 내 발 밑의 시멘트도 회색이잖아. 너무 진한 색은 나를 그 색으로 그대로 각인시키는 것 같아서 내가 살짝만이라도 그 진한 색을 벗어나면 나를 거짓이라고 위선이라고 몰아붙일 것 같아서. 혹시 회색 위에 어떤 색을 입혀 본 적 있니? 시멘트 같은 색 말이야. 길 위에 아주 작은 초록 풀잎이 태어나면 시멘트는 그 굳건한 가슴에 구멍이 나도록 두잖아. 아무도 돌보지 않는 그 작은 풀 따위를 위해서 말이야. 또 그 위를 검은색의 누군가가 밟고 다니도록, 그위에 빨간 건물을 세우도록, 초록 버스가 쌩쌩 지나다녀도 회색은 그 모든 색을 품는 것 같아. 또 때론 그대로 파헤쳐지더라도 누군가를 가해자로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지도 않잖아. 다만 자기 자신을 좀 더 견고하게 다질 뿐이지.”    

 

“우린 상처라는 말을 너무 아무 때나 사용해 지구 전체에 밴드를 붙여야 할 정도로. 어느 순간 지구엔 가해자가, 피해자가 너무 많이 생겨버렸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넌 그걸 멈출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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