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끊었다.
넓지 않은 관계 중.
어쩌면 꼭 필요하다 느꼈던 사람이었다.
단 한 번도 욕심 내 본 적 없던 내 삶을,
마흔이 넘어 처음으로
내 삶에 욕심이란 걸 부려 보고 싶어 졌다.
그때 꼭 필요한 사람......
찾아다녔다. 그러다 만났고. 배우고 싶었다.
돈을 내면서라도.
그리고 모든 걸 털어놨다.
내 안에서 단 한 번도 그 누구에게도 꺼낼 수 없었던
내 모든 현재와 과거까지도.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될 아주 작은 먼지 한 톨 까지도.
그 사람은 잘했다며,
함께 해보자며 나와 같은 의지를 내게 보여줬다.
나의 온도는 그렇게 끓고 있었다.
나는 두렵지만 시동을 걸고,
내 생애 처음으로 140킬로의 속도로 달려 나갔다.
하지만 그 사람은 앉아 있길 원했다.
약속을 했다.
내게 남겨진 숙제들을.
그 답을 함께 찾아 주겠다고.
그렇지만 그 사람은 앉아있었고.
나는 달렸다.
그 사람은 차가웠고
나는 뜨거웠다.
그리고 오늘 관계를 끊었다.
그 사람의 온도가 나를 식힐 것만 같아서.
내가 처음으로 부린 내 삶에 대한
욕심이 다 녹아 없어질 것만 같아서.
나는 두렵지만 여전히 140킬로로 달린다.
어차피 이건 처음부터 내게 주어진 내 삶이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