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어떤 날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올렸다
그 선함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많은 날 어떤 바람들은
나를 모른 체 휑하니 지나쳐갔다.
햇살은 많은 날
내게 허락 없이 줄을 그으면서도
아무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또 어떤 날 어떤 햇살은
나의 눈을 찡긋 감기면서
눈인사를 건네길 원했다.
내 발에 꼭 맞아
매번 꺼내 신는
신발은 많은 날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게 했으며
어떤 날은 더러워진 채로
그제야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도 했다.
많은 날 무수한 것들이
나를 모르는 체 스쳐 지나간다
또 어떤 날
그것들 중 하나 혹은 둘이
내게 아는 체한다.
사람도 그렇다
많은 날 우린
타인의 배경으로 살아가는데 익숙해있다
또 어떤 날
배경에서 떼어낸 누군가의 따뜻한 손을 잡기도 하며
그러던 어느 날
그렇게 처음부터 존재했으나
지금부터 존재하는 것처럼
혹은 이제까지 존재했으나
지금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어제가 그랬었고
오늘이 그랬고
내일이 그럴 것이므로
또 어떤 날 또 무수히 많은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