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은 Feb 16. 2021

또 어떤 날

바람은 어떤 날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올렸다

그 선함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많은 날 어떤 바람들은

나를 모른 체 휑하니 지나쳐갔다.


햇살은 많은 날

내게 허락 없이 줄을 그으면서도

아무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어떤 날 어떤 햇살은

나의 눈을 찡긋 감기면서

눈인사를 건네길 원했다.


내 발에 꼭 맞아

매번 꺼내 신는

신발은 많은 날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게 했으며

어떤 날은 더러워진 채로

그제야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도 했다.


많은 날 무수한 것들이

나를 모르는 체 스쳐 지나간다

또 어떤 날

그것들 중 하나 혹은 둘이

내게 아는 체한다.


사람도 그렇다


많은 날 우린

타인의 배경으로 살아가는데 익숙해있다

또 어떤 날

배경에서 떼어낸 누군가의 따뜻한 손을 잡기도 하며

그러던 어느 날

그렇게 처음부터 존재했으나

지금부터 존재하는 것처럼


혹은 이제까지 존재했으나

지금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어제가 그랬었고

오늘이 그랬고

내일이 그럴 것이므로


어떤 날 또 무수히 많은 것들이...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