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끔
내가 나여서 싫은 것 백가지보다
그나마 내가 나여서 좋은 것 한두 가지 때문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하루는
내가 너무도 나여서
창피하고
식상하고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빨개지기도 하지만
내가 너무도 나여서
쓸데없이 친절하고
쓸데없이 좋은 말만 골라해서 좋기도 하다
내가 나여서 싫은 백가지를 생각하다가
거무튀튀 하루가 저물면
내가 나여서 좋은 것 한두 가지로도
잔잔한 아침햇살이
초록 이파리가 파리하게 떨릴 만큼 서늘한
아침 이슬을
따뜻하게 데워줘서 좋기도 하다
내가 나여서 좋은 것
너무나 평범해서 보잘것없지만
때문에 거센 파도에 휩쓸리기보다
너와 나 등 맞대고 따뜻한 해바라기를 할 수 있어서
등으로 전해지는 너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두 눈 감고 코스모스의 미소를 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