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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Apr 07. 2021

또다시 봄날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던 봄날

희망의 봄비가 내리던 날

한두 방울 뜨문뜨문 봄비가

누구도 모르게 비대해지던 날

그렇게 촘촘했던 그날

서로 손 맞잡던 날


마침내 만개한 벚꽃 잎은 힘없음을 괴로워하고

순백의 목련은 제 한 목숨 다하던


녀린 벚꽃 잎은 파리하게 낱 잎을 떼어내고

단단하던 목련은 '턱' 하고 고개를 떨구던


세차게 퍼붓던 봄비는

언제 내렸느냐는 듯 그 흔적 말끔히 지우고

지붕을 흔들던 바람은 애초의 자취를 감추고

벚꽃 이파리는 발치에 짓이겨진 채로

목련꽃은 검은 구두 자국 깊이 짓밟힌 채로


누구 하나 잘못하지 않고

무엇 하나 부끄럼 없이

또다시 한결같은 봄은 피고


바람은 여전히 매섭고

봄비는 아직 세차기만 한데

또다시 봄이 오면

연분홍의 벚꽃은 만개하고

새하얀 목련 잎은 서로를 감싸 안는다.


너를 기리는 마음은

피고 지고 할 수 없어

365일 꺼지지 않는

촛불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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