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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May 07. 2021

사랑이 끝났다....고

사랑이 끝났다....고

마음도 함께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사랑만 끝나고

마음이 남았다

마음을 살리기 위해

밥도 먹이고

술도 먹이고

사랑만 빼고

다 먹였는데

두꺼운 건 목구멍에 걸리고

얇은 건 목젖에 걸리고

잔뜩 움켜쥔 구멍으로 타들어가술만 넘기고

그래서 옷이 헐렁졌다

래야만 사랑은 더욱 위대해지고


사랑 홀쭉해져 말라  비튼 낙엽처럼

잔잔해진 바람에도 훌쩍 떠나버리고

마음도 손톱 달처럼 홀쭉해져 떠나버리라고

봄비는 측은해서 울어버리고

송화가루는 사랑한 시간마저 덮으려고 펄럭이고

이제 남은 건

몇 년 후에나 들춰볼 사진 한 장뿐인데

마음 토실토실 살이 올

토끼를 가둔  보름달이 되

그땐 마음이 떠나려나

아직은 송화가루가 사진 한 장을

마저 덮어버리지 못함이 애석해서

봄비는 성난 듯 화를 내며

오늘도 세차게 세차게 퍼부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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