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네가 생각난 건 아니었는데 너를 써야 할 것 같았다
넌 바위처럼 앉아서 바위처럼 웃길 좋아했다
세찬 태풍의 간지럼을 혼자만 버텨낸 사람
겨우 세 손가락에 뒤로 넘어져 떼굴떼굴 굴러갔다
그깟 간지럼을 이길 수 없어 화를 내는 사람
모든 감각의 문을 지난밤 현관문처럼 걸어 잠그고
감각이 새싹처럼 돋아나려 할 때 차라리 굴러 떨어져 버렸다
'악'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사람
그래서 영원히 알지 못했다 좋고 싫고 행복하고 불행한 것을
동백의 꽃처럼 새빨간 피가 한철이나 물들면 그때서야 아픈 것도 같다고 말하는 사람
가끔 너의 얼굴에서 지옥이 보여 안심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날엔 정말 바위가 됐을까 봐 너를 조용히 흔들어 보았다
다행히 화를 냈다
너는 이해하지 못했다 웃을 때 목젖이 보이는 나를 그래서 끝내 알지 못했다
내 목젖 뒤로 소리 없이 흘러 넘어가는 것을 너는 영원히 모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람
바위를 고를 땐 그 무엇보다도 바위스러운, 꿈쩍이지 않는 단단한 놈으로 골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