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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ul 30. 2021

21.7.30

세브란스

나는 미리 지는 것에 익숙한 사람

먼저 겁먹는 일이 두려움을 잠재우는 것이라 굳게 믿어온 사람

그렇다고 마음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최선을 다해 끙끙거리는 사람..

하지만 이번만큼은 미리 질 수 없다

눈앞에 현실은 어제와 다르게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해 아프지 않으려고 노력하려 한다

란 푸딩만큼이나 살짝 스침에도 깊게 생채기가 생기는 심장을 납작하게 누르고 감정에 이지 않게 최대한 납작하게

콩닥이는 마음까지 누르고 평면의 안정을 찾으려 한다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심장에 바위만 한 돌덩이를 묶고 너울대는 심장의 그림자조차 큰 산으로 가린 채

조용히 심장을 익사시키 일

버둥대는 심장이, 빼꼼히 고개 내밀어 물속을 들여다보는 너를 볼 때야 스스로 더 깊이 더 깊이 침잠한다

나는 그토록 잔인한 채로 너와 수다를 떨고

너와 맛있는 음식을 함께 잠든 너를 고요히 바라본다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일

흐르는 샘을 막아버리고

흐르는 것을 흘리지 않는 일

감정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리고 서둘러 준비한 화려한 가면을 쓴다

색색의 가면 밑으로 드러날까 민낯의 창백함을 곱게 곱게 화장하면서..

엄마라는 가면이 벗겨지지 않게 나를 철저히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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