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굽고 있다
좀 더 바삭하게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감출 수 없을 만큼 구워지면
가을 중 제일 맛있는 갈색빛 가을이 된다
나를 볶고 있다
달달달달달
짠내가 나는 것도 같고
단내가 나는 것도 같고
드디어 매운 내가 솔솔 올라오면
감춰뒀던 메마른 눈물 한 방울
깊은 감칠맛이 난다
아들을 부치고 있다
좀 더 진득하게
깨끗한 기름을 두르고
적정온도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아들을 넓게 펴고
민감하게 불 조절을 해가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질 때까지
천천히 천천히 기다린다
아들을 한 번씩 뒤집는다
튀어 오르는 뜨거운 기름에 대이기도 하고
아들이 접히거나 찢어지면
내 속도 따라 타들어간다
아들을 센 불에서 부치면 집안에 탄내가 진동한다
신랑을 찌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른 찜통에
신랑을 가지런히 올리고
내가 사랑했던
처음 모습 그대로 한치도 변함없게
알맞게 불을 줄이고
너무 익혀 늙수그레하지 않게
덜 익혀 날 냄새가 나지 않게
적당히 잘 익혀 맛있는 식감을 유지한 채로
속살까지 부드럽고 달콤하게
가을이 익어간다
사랑이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