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장마로 날이 습한 날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미뤄뒀던 빨래를 돌렸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미뤄뒀던 내 마음을 돌렸다.
세탁기의 빨래가 다 돌아가고
탁탁 얼굴에 구김도 털어내고,
탁탁 마음에 붙어있던 먼지도 털어내고,
탁탁 온몸에 달라붙은 근심도 털어내고,
온 마음 뽀송하길 기대하며
건조대에 가지런히 몸을 눕혀놔도
나도 모르게 먹어버린 습기처럼
털어내려도 털어낼 수 없는 습기처럼
꿉꿉함은 씻겨지지 않는 시큼한 냄새를 품고
차라리 장마 질 땐 내 마음 빨지 말았을걸
마음을 빨아내야 할 때가 따로 있다는 걸
검은 장마는 알고 있는 듯
눅눅한 몸 누인 그대로
햇살이 다시 들길 기다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