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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Aug 19. 2020

아들의 일기 #5

20.8.5     이 느낌  뭐지?!

제목 : 이 느낌 뭐지?!

"엄마 나 카페 가고 싶은데 밖이 너무 찝찝해" 


"너 그 우유에다 죠리퐁 넣은 거 먹고 싶어서 그렇지?" 


"응"


"그럼 네가 홈플러스에서 죠리퐁 사와. "


"알. 았. 어. "


낸 몸이 떨린다. 이 느낌 뭐지?!


"갔다 올게." 


가는 길에 내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아 좀! 그만 좀 떨어~! 도!착!했!다!'

(아! 아까 까먹고 못 적었네! 엄마가 없으면 원하는 거 사 오라 했음.)

홈플러스에 갔더니 죠리퐁이 없었다. 아이스크림+세계 과자 할인 점에 갔다. 

'어!? fish스낵 먹을까? 불 오징어 먹을까? 그래! 너로 정했다! fish 스낵! 그곳은 내가 직접 계산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계산하는 법을 몰랐다! 뒤에 어떤 아저씨가 기다린다. 


"먼저 하세요."


나는 아저씨가 하는 걸 보고 잘 기억했다. 다 끝나고 아저씨가 도와주냐고 물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그리고.......


띡~ 성공했다! 너무 뿌듯하다. 

그리고 집에 와서 엄마한테 칭찬을 엄청 받았다. 


(저녁) "엄마, 나 불 오징어도 먹고 싶었는데 못 먹었어. 두 개 사면 안 될까 봐."


"두 개 사도 됐는데. 그럼! 우리 아들 내일도 도전! 닭살이 쫘아악 돋았다. 


이 느낌 뭐냐고오오오?!!!



초3학년 아들과 건너 아파트 상가에 있는 우동 집에서 우동을 맛있게 먹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옆 카페의 입간판에 붙여놓은 신메뉴가 너무 맛있어 보인다며, 아들은 한참을 뚫어져라 바라만 보더라고요. 그 후로 아들은 몇 번 그 얘길 꺼냈고, “엄마 우리 그 카페 가보자. 나 그거 너무 먹어보고 싶어” 하더군요.      


카페를 가기로 한 날 학원을 다녀온 아들은

“엄마 밖이 너무 덥고 너무 습해서 도저히 카페 못 가겠어.” 합니다.

“그럼 어떻게? 안 먹어도 괜찮겠어? 아님 다음에 갈까?”

“아니, 내가 그날 보니까 우유 위에 죠리퐁 같은 게 올라가 있더라고.”

“그럼, 율이가 죠리퐁 사 올래?”     


친구들과 분식집에 떡볶이를 사 먹으러 가보긴 했지만, 친구들과 마트에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보긴 했지만, 혼자서는 아직 한 번도 엄마 심부름을 해보거나, 먹고 싶은걸 사러 가본 적이 없는 아들이었습니다.


초3 나이엔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어서 저는 크게 생각을 안 하고 보냈는데, 뭐든 처음이 어렵고, 처음이 낯설고, 처음이 힘 듯, 아들은 긴장을 꾀나 했나 봅니다.     


홈플러스에 죠리퐁이 없어 아들은 그 옆 무인 상점에 다른 먹고 싶은걸 사러 갔는데, 아차차, 무인 상점이라 셀프 계산하는 방법을 몰랐던 거죠,,,,,,

뒤에서 기다리는 아저씨께 순서를 양보하고, 그 아저씨가 셀프 계산을 하는 동안 아들은 어깨너머로 계산법을 배워서 계산하고 왔다며, 스스로도 엄청 으쓱해하더라고요.      


죠리퐁을 사러 갈 때 너무 떨려서 다리도 말을 안 들었다는 일기를 읽고, 이 세상의 많은 것들이 처음인 아이들에게 매 순간순간이 얼마나 많은 두려움과, 긴장과, 도전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우리 아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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