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클래스를 마친 초3 아들은 으레 나를 안방으로 잡아 끈다. 하기 싫은 수업을 꾹 참고한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이다.
일각에선 요즘 아이들은 공감을 너무 많이 받는다고 한다. 뭐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공감을 많이 받는다고 아이가 삐뚤어 지거나 자기만 알거나 한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공감을 많이 받을수록 아이의 공감도가 더 깊어졌던 것 같다. 가령 “율이 숙제가 많아 힘들겠다.” 하면 “엄마도 밥하느라 힘들잖아.” 할 때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공감할 수 있는 한 아이 입장에서 많이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긴 하다. 가끔 나도 모르게 ‘욱’ 할 때를 제외하곤 말이다.
안방에는 에어컨도 선풍기도 있다. 하지만 율이가 모든 것의 사용을 금지시켰다. 형광등도 못 켜고, 안방 문도 꼭 닫는다. 안방의 온도는 30도까지 올라간다. 이미 사우나가 가동됐다.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그 상태로 싸움놀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커튼까지 쳐서 방은 감옥의 독방처럼 변한다. 율이의 발이 날아온다. 난 그대로 맞고 쓰러진다. 율이의 몸이 쓰러진 내 몸을 덮치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여서 빼내야 한다. 적당히 져주면 귀신같이 알아보고 화를 내기 때문에 최대한 온 힘을 다해 자연스럽게 져주어야 한다. 아슬아슬하게 9 카운트만에 몸을 빼냈다. 요번엔 내가 율이의 어깨를 어깨동무하듯 잡고 내 무릎으로 율이의 무릎 뒤를 누르며 뒤로 획 하고 넘긴다. 율이의 중심이 뒤로 쏠리며 넘어지는가 싶더니 재빨리 돌아서 나와 마주 본다. 율인 다시 내 다리에 안다리 기술을 걸어 무릎을 꿇린다. 난 내 눈과 높이가 맞아진 율이 무릎을 내쪽으로 빠르게 확 잡아 끈다. 율이도 몸의 중심이 무너지며 내 앞으로 넘어졌다. 요번엔 내가 율이 위로 올라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율이의 몸을 최대한 조인다. 으하하하 내가 이기려는 순간 율이가 배치기를 하며 몸을 빼낸다. 우리 둘의 몸엔 땀이 비처럼 흘러내린다. 정말이지 너무 덥다.
“율아 너무 덥다. 우리 방문만이라도 열자. 응?”
“엄마 그럼 가위 바위 보 해서 이기는 사람만 나가고 지는 사람은 오분 간 갇혀 있는 걸로 하자”
앗싸!! 가위바위보야 내가 자신 있는 종목이기 때문에 오케이였다. 뭐가 보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각자의 손등을 바짝 쪼인다. 양손 깍지를 껴고 양팔을 안으로 돌려 밖으로 뺀다. 깍지 낀 손을 들여다보며 가위 바이보를 외쳤다.
우하하하하하 율이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난 보자기를 내고 지고 말았다. 이 사우나에서 5분을 버텨야 하다니, 율인 웃으며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갔다. 캄캄한 방 안에 남겨진 나는 엄마란 어떤 존재인가를 떠올렸다. 더위에 갇힌 시간은 시계추 조차도 더디 움직였다. 3분 만에 방문이 열렸다.
“엄마 내가 특별히 봐줬다.”
아이와의 놀이가 가끔은 버겁다. 이제 내 나이도 마흔둘이건만, 이럴 땐 일찍 결혼해서 팔팔할 때 놀아줄걸 이라는 후회도 된다. 하지만 아이가 한 살 한 살 커갈수록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은 줄어든다. 아이는 아이의 생활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 엄마의 땀냄새를 맡으며 아이는 지금도 자란다. 한편으론 아이가 빨리 자라는 것 같아 너무 아쉽고, 그러면서도 순간순간이 버거운 건 내가 엄마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다만 그만큼 살도 빠졌으면 좋겠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