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부터 유별난 잠버릇이 있다. 엄마가 막냇동생을 낳을 무렵 난 아빠 품에서 잠들곤 했는데, 꼭 내 두발을 포개어 마주 본 아빠의 사타구니에 끼어 넣어야만 잠이 왔다. 그뿐 아니었다. 오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아빠의 귓불을 집어넣고 왔다 갔다 비벼야만 편히 잠이 들었다. 아빠는 내가 동생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런지 그런 고집스러운 버릇에도 묵묵히 편히 잠들길 기다려 주었다. 아빠의 귓불은 도톰했다. 다섯 살 난 아이의 작은 손엔 크고 두껍고 다소 거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비비면 비빌수록 오히려 보드라워지는 게 시간이 흐르고 아빠의 오른쪽 귀를 만졌을 땐 거친 느낌이 확연해 결국은 아빠의 왼쪽 귓불만이 나를 잠들게 했다. 잠이 들어도 내 손은 습관적으로 아빠의 귓불을 찾았다. 마치 갓난아기가 엄지 손가락을 쪽쪽 빨며 잠이 들 듯이.
내가 조금 더 자랐을 땐 같은 이불을 덮고 자는 셋째 언니의 귓불을 만졌다. 언니가 잠들기 전엔 절대 절대 만지는 걸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언니가 잠이든 후 나 역시도 잠결에 내손이 언니 귀에 착 달라붙었다. 어린 시절 한번 잠들면 누가 잡아가도 모를 정도로 깊게 잠을 자던 때라 내가 자면서도 언니의 귀를 만진다는 걸 알게 된 건 어느 날부턴가 언니의 귀가 얼굴과 만나는 지점이 찢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여린 귀에선 진물 이 흐르기도 했다. 그리곤 큰언니의 귀도 둘째 언니의 귀도 나와 같이 잠을 자는 언니들의 귀엔 하나같이 상처가 났다.
동생이 자랐다. 난 동생과 같이 잤고, 역시나 동생의 여린 귀에도 상처를 냈다. 그 후 나는 혼자 잤다.
혼자 방을 쓰는 동안에도 나는 종종 내 귀를 만졌다. 그래서 오른쪽 귓불은 아주 부드럽고 연하다. 또 얇고 왼쪽 귓불보다 좀 더 크다. 왼쪽 귓불은 상대적으로 작고 도톰하다 그리고 중요한 건 덜 부드러웠다. 귓불을 만지면 귀에서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한 번은 습관을 끊어보려고 귀걸이도 하고 자봤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잠이 안 오는 밤엔 특히 더 집요하게 만졌다.
결혼을 했다.
하지만 신랑만큼은 자기의 귀를 완벽하게 보호했다. 처음 한두 번은 만지게 해 주더니 절대 안 되겠다며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한사코 내 손을 잡아 내렸다. 서운했다. 결혼하면 별도 달도 따주겠다는 약속은 안 했지만 귀를 못 만지게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내 손이 갈 곳을 잃고 다시 내 귀를 찾았다.
그러다 아이를 낳았다. 아이의 귀는 정말이지 내가 만져본 귀중에 가장 부드럽고 연하고 약했다. 아기의 귀를 만진다는 게 순백의 아이에게 검은 칠을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난 귀 만지기를 딱 끊었었다.
그러나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고부터는 나도 모르게 아이의 귀를 만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이에게 안 불편하냐고 물어도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괜찮다고만 했다. 그걸 계기로 아이의 귀를 계속 만져댔다. 아이는 내 젖을 만지며 자고 나는 아이 귀를 만지며 자고. 어느 날 아이가 젖 만지기를 끊을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젖 만지기를 끊을 때가 됐다는 말을 들은 아이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엄마도 귀 만지는 거 끊자고 말했다.
순간. 아차 싶기도 했고, 아이가 독립해 혼자 방을 쓰면서부터 단박에 아들의 귀를 끊었다. 한 일 년이 지났을까. 열대야가 지속됐고 너무 더워 아이를 에어컨이 있는 안방에서 같이 자자고 불렀다.
오랜만에 불을 끄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잠을 청하던 중 아이가 던진 한마디
“지은님이 아드님의 귀를 라이킷 하셨습니다.”
아뿔싸!!!!!! 세 살 버릇이 이리도 무서웠던가.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해롱이가 생각나는 밤이다.